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유상증자와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사 제이오 인수 철회 기대가 커지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면 떨어지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소액주주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회사는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7일 이수페타시스는 전날보다 8.52% 내린 2만6850원에 마감했다. 기관 투자자가 122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날 코스피(ETF 제외) 기준 기관 순매도 4위다. 외국인도 4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174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상승 출발했던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강행 소식에 하락 전환했다. 전날 오전 10시 이수페타시스 경영진과 소액주주연대는 서울에서 만나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이수페타시스 경영진은 제이오 인수를 철회하기 어렵고, 유상증자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이수페타시스는 주주총회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상반기 중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소액주주연대는 크게 반발했지만, 경영진의 의사는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와서 제이오 인수 계약을 철회하면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유상증자 소식이 새롭게 전해질 때마다 이수페타시스는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작년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유상증자 소문이 돌며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는 유상증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고, 증권가에서도 유상증자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같은 달 8일 장 마감 후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유상증자 발표 당일 호재로 인식되는 신규 투자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오후 4~6시) 중인 오후 4시55분에 공시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 종료 후인 오후 6시44분에 발표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다음 거래일인 11일 이수페타시스는 전일 대비 22.68% 급락했다.

이후 2만원 초반에 머무르던 이수페타시스는 지난달 3일 하루 만에 26.78% 폭등했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다. 증권신고서에 중요 사항이 기재되지 않았거나 불분명해 투자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해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수페타시스가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금감원이 지난달 23일 증권신고서를 재차 반려하며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유상증자 논란이 커지고, 주가가 급락하자 국민연금은 지분을 줄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이수페타시스 주식 208만9753주를 팔아치웠다. 지분율은 10.74%에서 7.43%로 3.31%포인트 줄었다. 기간별로 보면 지난해 11월 5일 71만7955주, 같은 달 18일 67만4744주를 매도했다. 12월 12일에도 69만7024주를 던졌다. 당시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제이오 인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PCB 기업인 이수페타시스와 CNT 제조사 제이오의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CNT는 2차전지 소재로 사용된다. 이수페타시스의 현재 주력 상품인 고다층기판(MLB)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탑재된다.

앞서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기존 이수페타시스의 투자 포인트는 미·중 무역분쟁 반사 수혜, AI로 인한 장비 플랫폼 변화"라며 "제이오 인수와 인수 희망 근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곧바로 투표에 돌입하면 유상증자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통과될 수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