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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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요즘입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현지 시장 금리와 채권 수익률(금리)이 함께 내려갈 것으로(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미국 장기채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단기채보다 장기채를 많이 골랐던 건 장기채 가격이 시장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미국 장기채 수익률은 최근 1~2년간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적잖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익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그 결과 해당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평가 손실을 입습니다. 채권 수익률의 한 축인 표면금리(쿠폰금리)는 채권이 발행된 뒤 만기까지 원칙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다른 한 축인 채권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주가가 매일 변하는 것처럼, 채권 가격은 시장 금리를 반영해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이러한 채권 가격의 오르내림이 채권 수익률 변화의 핵심입니다.


채권 가격이 왜 시장 금리에 따라 변하냐고요? 자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컨대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경우, 투자자들은 채권에 대해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합니다. 이 경우 채권을 팔아야 하는 사람은 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춰 줘야 이 채권을 시장에서 매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그 채권을 사지 않겠죠. 그런데 표면금리는 정해져 있으니 판매자는 채권의 매도 가격을 낮춰서 이 가격과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원금' 간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려줍니다. 그러면 채권을 매입한 사람이 이를 만기까지 갖고 있었을 때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채권 투자자에게 이익을 더 주기 위해 채권의 시장 매매 가격을 내리는 걸 사람들은 "채권 수익률이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너도나도 채권에 투자하려고 할 때는 채권 가격이 오르고 이는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채권의 수익률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미래의 금리를 예측하는 건 종목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보다 난도가 높습니다. 최근 다수의 미국 채권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그런데 장·단기 가리지 않고 미국 채권에 액티브로 투자하는 국내 펀드 중에서 수익률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상품이 있습니다. '미래에셋미국달러채권증권자투자신탁 1(UH)(채권)'입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40%(지난 8일 기준)입니다. 애초에 단기채 투자가 목적인 미국 채권 펀드 중에서는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게 있습니다만, 장·단기물에 모두 투자하는 상품 중에서는 이 펀드가 이 기간 수익률 1위입니다. 이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미국 다우존스지수의 같은 기간 수익률(미국시간 7일 종가 기준 13.51%)보다도 높습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픽스드인컴운용본부장에게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본부장이 장기채를 배제하고 단기채 위주로 투자하는 '소신 판단'을 했던 게 적중했다고 합니다. 김 본부장은 "펀드에 담은 채권의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1년 내외로 짧게 맞췄던 게 좋은 수익률로 이어졌다"며 "실제로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해 90bp(1bp는 0.01%포인트) 정도 올랐지만 1년물 금리는 60bp 이상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김 본부장이 장기채 가격 하락과 단기채 가격 상승을 예측할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요.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기 상황을 보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재정 적자 또한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텀 프리미엄'이 높아지는데 이는 장기채 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반면 단기채 가격은 텀 프리미엄과 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정책금리를 반영해 수익률이 내려갈 가능성(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전무)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전무)
텀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말합니다. 예컨대 내일 당장 원리금이 상환되는 초단기 채권은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을 편하게 챙길 수 있지만, 만기까지 수십 년이 남은 장기물은 투자자가 보유 기간 동안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추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거나 재정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장기채 보유의 텀 프리미엄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감안해 이 펀드에 편입하는 채권의 듀레이션을 짧게 관리함으로 텀 프리미엄 확대로 인한 손실에서 거리를 뒀다"고 했습니다.

요컨대 지난해 경기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시장 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장기채 금리든 단기채 금리든 다 오르는 것 아닌가요? 장기채 금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텀 프리미엄 때문에 지난해 이후 올랐다고 쳐도, 단기채 금리는 떨어진 이유가 뭘까요?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단기물은 정책금리(중앙은행의 금리 조절 수단)와 비교적 밀접한 동행 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단기물 수익률도 떨어질(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것"이라며 "단기물은 조금만 지나면 원금과 쿠폰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듀레이션 동안 반영해야 할 변수가 많지 않고, 따라서 정책금리가 채권 금리에 비교적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단기채는 머니마켓(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자금 시장)에서도 많이 거래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장에서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금리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일도 많지 않다"며 "이런 특성을 반영해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이라고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습니다.

이 펀드가 환 노출 상품인 것도 수익률에 보탬이 됐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지난해부터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 트레이드'까지 겹쳐 달러 가치가 많이 올랐으니까요. 최근 1년 수익률 중 절반 정도는 환차익에서 왔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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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펀드가 달러에 대한 '셀앤드바이(Sell&buy)' 전략을 썼던 것 역시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습니다. 셀앤드바이 전략은 '현물을 팔면서 선물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김 본부장은 달러 채권을 환매해서 얻은 '달러 현물'(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국 돈)을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뒤 이를 원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고, 동시에 '달러 선물'(미래 일정 시점에서 달러를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셀앤드바이 전략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면 원화 채권을 들고 있는 기간에는 달러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도 이 손실을 회피할 수 있고, 반대로 이 기간에 원화 채권의 가격이 오르면 이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죠. 달러 선물을 매수해놨던 건 원화 채권에서 나중에 달러 채권으로 다시 옮겨갈 때 사용할 달러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선물을 매수해 놨으면 이 선물이 만기가 됐을 때 정해진 가격에 달러를 매수할 수 있으니, 그동안 환율이 올라도 환차손 없이 달러를 확보해 미국 채권을 매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김 본부장은 올해 이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 계획일까요. 앞으로는 장기물 투자를 늘릴 생각일까요, 아니면 단기물 위주의 투자 전략을 유지할까요. 그는 "미국 금리의 절대 레벨이 평소보다 높긴 하지만 이를 떨어뜨릴 수 있는 계기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생각보다 온건한 정책을 펴거나, Fed가 갑자기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는 등 중요한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올해도 단기물 위주의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Fe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릴 것이고, 이 때문에 양국 간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높은 수준의 환율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당분간 눈에 띄는 조정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美 채권 펀드 판판이 깨지는데…주식보다 수익률 높은 상품 있다고?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해외 투자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해외 증시에 대한 최근 이슈, 전문가 견해, 유용한 자료 등 꿀팁을 전합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