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설'을 전파하는데 거침이 없어졌다. 망상으로 치부됐던 '계엄 준비설'이 현실화하자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용산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와 제3의 장소에 도피해 있을 거라는 '도주설을 제기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러한 제보를 받고 있다며 "더 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이미 (윤 대통령이) 제3의 장소에 있지 않냐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대통령은 현재 관저에 계신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도피설을 부인했다.

안 의원이 스스로 "더 확인을 해봐야 하지만"이라고 밝힌 것처럼, 야권이 '설'에 불과한 제보 내용을 전파하는 일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지난 5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실탄 발포를 명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미애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며 "당시 박 경호처장으로부터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포탄을 쏘고, 안되면 실탄도 발포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경호처는 언론 공지에서 "박 경호처장은 지난 3일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 직원들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린 적도, 검토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한 틈을 타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으로 악명이 높은 유튜버 김어준 씨가 아예 국회에 나와 '한동훈 전 대표 사살', '북한 폭격 유도' 등의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으로부터 제보받았다면서 비상계엄과 관련 "하나, 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한다. 둘, 조국·양정철·김어준 등이 체포돼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하는 시늉을 하다가 도주한다. 셋,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을 매립한다. 넷, 일정 시점 후에 군복을 발견하고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주장에 미국 국무부 대변인까지 나서서 해당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히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당초 내부 보고서에서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상당한 허구가 가미됐다"는 취지의 평가를 하였다가,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 내용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계엄 사태 이후 야권에서는 △2차 계엄령 선포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해외 도피설 △삼청동 안가 술집 개조설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국가안보실 연루설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21세기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충격파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21세기에 무슨 계엄이냐고 했는데,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버하면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다. (야권이) 좀 오바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계속하면 안 믿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라며 "자꾸 얘기하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 내부 정보 핫라인들이 있는 것 같다"며 "내부 정보를 접하지 않고 그런 주장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