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씨가 2023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염씨가 2023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항소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3부(부장판사 황진구 지영난 권혁중)는 8일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염모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24년 6월 1심 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징역 1년이 줄어든 것이다.

염씨는 2023년 8월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혼합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23년 10월 초부터 의사 면허 정지 상태로 프로포폴 투여 등 의료행위를 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하거나 수면마취 상태인 여성 10여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의사이자 마약류 취급업자인 지위를 변태적 성적 요구 충족 수단으로 악용했다"며 "피해자들이 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장기간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사로서 수술 내지 시술보다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행위를 빙자해 프로포폴 등을 투약해 수익을 올렸다"며 "마약류 취급에 관한 내용을 허위 작성했고, 이는 실질적으로 마약류 불법 판매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고 엄히 처벌해야 할 정상에 해당하고 그 행위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벌금형 초과 전과가 없으며 피해자들을 위해 상당액을 공탁하기도 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염씨가 1심 선고 이틀 전 기습 공탁한 것을 양형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변호사는 "보여주기식의 공탁을 했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