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신뢰도 바닥' 증권사 리포트, 슈퍼개미 챙겨본다…"이렇게 보면 투자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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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1000여명, 매도 의견 사실살 '0%'

슈퍼개미, 투자처 물색 통로로 여겨
리포트 속 숨은 의미 찾아야
"갑자기 리포트에 등장한 종목 눈여겨봐야"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경 DB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경 DB
'매수' 의견이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못하겠단 개인 투자자와 달리 슈퍼개미로 불리는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에서 투자처를 물색한다. 리포트 속 숨은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50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사)는 1073명이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매도 의견 리포트를 하나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투자의견은 일반적으로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된다.

'사라'만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 슈퍼개미의 활용법

애널리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NH투자증권(121명)의 지난해 매수 리포트 비중은 85.1%에 달하지만 매도 의견은 0%이다. 나머지 14.9%는 중립 의견이다. 지난해 기나긴 하락장 속에서도 KB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증권사 리포트가 무조건 '사라'고 외치는 것은 수익구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서 거래가 늘어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기업은 분석 대상이자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의 고객이기도 하니 부정적 언급은 가급적 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의 탐방이나 직원 면담 기회가 사라지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으나 수십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전업투자자들은 오히려 증권사 리포트에서 투자처를 물색한다. 이들은 중립 의견이나 목표 주가 하향은 사실상 팔라는 신호로 여긴다. '미래가 기대되는 종목'이나 '향후 눈여겨볼 종목' 등의 표현은 지금 사면 후회할 종목으로 해석한다.

애널리스트 의도 파악해야

업종을 파악할 땐 리포트에 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란 조언도 있다. 실적 등 숫자를 근거한 분석인지, 애널리스트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의견인지를 구별하라는 것이다. 분석 기업에 대한 증권사별 투자 전망을 두루 살피란 의견도 있다. 증권사별 목표주가 차이, 근거 등을 비교해 적절한 목표가를 제시했는지 고민하라는 의미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증권사 리포트에서 '지금부터 시작'이란 제목과 함께 목표주가를 낮추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본다"면서 "특히 투자 업종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땐 증권사 리포트만큼 잘 정리된 투자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또 애널리스트가 보고서 발간 내역이 없던 종목을 다루기 시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의미 있는 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 매력도에 대한 확신이 마침내 생겼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리포트의 제목이나 목표주가, 본문 내 굵은 줄, 밑줄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의도를 파악하란 조언도 있다. 한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제목'"이라며 "분석 종목이 애매한 경우 모호한 수식어를 달거나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을 달아 의도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