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정부가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신규 상장주식을 일정기간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보유확약 제도 확대에 나선다. 공모가 책정 제도도 개선한다. 그간 기업이 펀더멘탈(기초체력) 등에 비해 높게 책정된 공모가를 내세워 증시에 입성하고, 이에 따라 단기 차익 목적 거래가 몰리면서 주가가 반짝 올랐다 뚝 떨어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상장 당일 지분 털고 나가기' 줄인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경제1분야 주요현안 해법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같은 기업공개(IPO) 제도개선안을 비롯한 2025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IPO 공모가 결정 방식을 합리화하고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IPO 주관사가 IPO 예정 기업에 미리 투자할 경우 사전 지분취득분에 대한 의무보유 기준을 기존 대비 강화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다.

기존은 주관사가 지분을 취득한 가격과 실제 공모가의 괴리율이 50% 이상일 경우 6개월간, 50% 미만이면 1개월간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당국은 이를 괴리율 30% 이상일 경우 6개월, 30% 미만일 경우 3개월간 의무보유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IPO 공모가 산정 단계에선 과도한 추정치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관사가 평가요소 내부 검증절차 등을 자체 마련하도록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기관 수요예측시 참여하는 기관투자가의 자격도 높인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국내 IPO 시장은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IPO 시장이 본질에 맞게 운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0%+1주'식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자본시장법 개정도 계속 추진"

이날 금융위는 기업 합병·분할시 기업의 주주이익 보호 노력 의무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비롯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주요 업무계획으로 소개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특정 주체가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그 지분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로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때 일반주주의 지분도 지배주주의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사들여야 한다. 그간엔 지배주주가 소유한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높은 가격에 팔리는 반면, 일반주주의 지분은 같은 가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분 인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인수 가격으로 최대 50%+1주를 매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25%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잔여주식 전량(100%)을 인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반주주의 이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앞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바꿔 기업 인수합병(M&A), 쪼개기 상장 등을 할 때 기업이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보다 더 고려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계획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 임원보수 공시, 스튜어드십코드 운영 개선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주주권리를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 상반기 중 ESG 공시기준 마련"

각종 공시 관련 기준·제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지속가능공시(ESG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영문공시 의무화 확대도 준비한다. 기존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만 대상인 영문공시 의무를 내년부터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도 적용한다.

회계 부정에 대한 과징금 관련 기준도 개선한다. 주요 사안별 과징금 금액은 올리고, 과징금 적용 대상도 늘린다. 회계 부정 관련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양정 기준 합리화에도 나선다.

금융위는 "감사인 지정방식을 산업 전문성과 회계품질 중심으로 개편하고,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제 유예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