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국가경제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8일 CNN이 보도했다.

CNN은 관계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를 활용해 새 관세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IEEPA에 대한 검토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보편 관세를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에 이뤄졌다. 관세 실행을 위한 수단으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대중무역전쟁의 무기로 쓰인 무역법 301조가 우선 거론됐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이 보조금 지급 등 무역 불공정 관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태양광 패널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이 법을 활용했다. 다만 이 법을 통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무역불공정 관행을 증명하기 위한 공개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에 수개월이 걸린다.

미국산 제품을 차별 대우할 경우 신규 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38조 역시 조사 기간이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IEEPA를 통한 관세 부과는 즉각 실현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 무역 변호사는 "대통령은 다양한 이유로 관세를 부과
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라며 "IEEPA는 확실히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관세를 인상한 사례는 미국 역사상 딱 한 번 있다. 바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금태환제(화폐 가치를 금에 연동해 교환하는 제도) 폐지를 선언한 1971년 '닉슨 쇼크' 때다. 닉슨 당시 대통령은 "불공정한 환율로 인해 미국 제품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라며 외국산 제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한 것은 독일과 일본에 달러 평가절하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닉슨 전 대통령은 IEEPA의 전신 격인 적성교역법(TWEA)을 활용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