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로 모란디의 생전 모습 / 사진 = 페이스북
마우로 모란디의 생전 모습 / 사진 = 페이스북
32년 동안 지중해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리던 이탈리아의 마우로 모란디(85)가 하늘로 떠났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모란디는 지난해 여름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악화해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로 돌아와 최근 양로원에 입원한 뒤 지난 3일 사망했다.

젊은 시절 체육 교사였던 그는 1989년 자신의 소형 보트로 남태평양 여행을 시도했다가 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이탈리아 서쪽 바다의 부델리섬에 발을 들였다.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해안 근처에 있는 무인도 부델리섬은 핑크빛 모래가 덮인 해변으로 유명하다.

당시 모란디는 섬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 여행을 포기, 이곳에 정착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다 부델리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것.

이후 모란디는 32년 동안 섬에서 혼자 살며 길을 정비하며 해변을 청소했고, 간혹 섬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며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그는 섬의 새와 나무 등 생태 환경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다.

모란디는 섬에 거주할 당시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부델리섬 인근의 라 마달레나섬에서 배편으로 공급받고, 직접 제작한 태양열 발전기로 전등·냉장고·인터넷 연결 등에 필요한 전기를 모아서 썼다.

하지만 섬을 소유한 민간 기업이 파산하면서 그의 무인도 생활이 위협받게 됐다. 결국 소유권 다툼 끝에 2016년 이 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모란디의 자택에 구조변경을 요구했다.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에 한때 모란디의 퇴거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긴 싸움에 지친 모란디는 2021년 부델리섬을 떠나 라 마달레나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부델리섬을 떠난 이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지금은 끊임없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모란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팔로어들은 그를 추모하고 있다. 모란디는 생전 SNS에서 7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