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 등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 등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올해 설 명절 할인지원과 성수품 공급물량을 일제히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다. 설 연휴를 계기로 바닥을 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계획이다.

9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설 명절 대책’에 따르면 관계 부처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예산으로 약 900억원을 투입한다. 주요 품목의 소비자 구매 가격을 최대 50% 낮추고, ‘실속형’ 선물 세트를 마련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16대 설 성수품도 역대 가장 많은 26만5000t을 공급할 예정이다. 배추와 무, 사과, 배 등 정부 보유물량을 평소보다 3.9배 큰 규모로 시장에 풀면서 과일류 할당관세 도입을 병행해 수요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설 명절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수 부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최신자료인 지난해 12월 88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2년 7월(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 명절을 앞둔 12월부터 이듬해 2월로 한정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78) 이후 최악이다. 전날 국책 연구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계의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온누리상품권부터 현장 환급까지...'알뜰 소비' 하려면


차례상을 저렴하게 준비하려면 우선 온누리상품권 등 각종 상품권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지원과 업체별 자체 할인, 현장 환급을 받으면 성수품 구매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 오는 1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한 달간 한시적으로 디지털(카드형·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이 10%에서 15%로 상향된다. 같은 기간 디지털 결제액의 15%를 1인당 최대 8만원까지 디지털 상품권으로 환급받는 행사도 진행된다.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인 ‘온라인 전통시장관’을 이용하면 상품가격의 5% 할인쿠폰이 지급되는 것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에선 정부 지원(20%)에 업체별 자체 할인을 더한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경우 제로페이로 모바일상품권을 선할인 구매하거나, 물건을 구매한 다음 받은 영수증을 지참해 최대 30%(한도 2만원)까지 현장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농할 상품권과 수산대전 상품권은 1인당 10만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실속형' 선물세트 대량 공급...관광 활성화 정책도

정부가 마련한 실속형 선물 세트를 활용하는 것도 부담을 설 명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급 가능 물량이 충분한 한우를 대상으로 10만원 이하 선물 세트를 지난해보다 12.5% 늘어난 129t 공급할 예정이다. 사과·만감류(천혜향 등)와 포도(샤인머스캣)로 구성된 실속형 과일 선물 세트도 10만 상자 공급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굴비나 은갈치, 고등어 등 품목별 ‘민생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내달 2일까지 공급한다.
지난해 1월 30일 서울 영등포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설맞이 어울림장터’에서 시민들이 지역특산물을 구입하는 모습. 이솔 기자
지난해 1월 30일 서울 영등포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설맞이 어울림장터’에서 시민들이 지역특산물을 구입하는 모습. 이솔 기자
정부는 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KTX나 SRT 이용료도 역귀성 행렬이나 가족 동반석을 중심으로 할인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철도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50%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24~30일엔 초·중 고등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무료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관련 정보를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맵, TMAP 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설 연휴 기간 국가 유산·미술관은 무료 개방된다.

이 밖에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1월까지 79만명 이상 신속 채용하고,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오는 27일까지 총 50억원 규모의 성수품 구매대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설 전후 외상매출채권 총 1조4500억원을 보험으로 인수해 중소기업의 외상 판매 위험을 보완할 방침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