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해 12월18일 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해 12월18일 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거의 모든 참석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이 의사록에 직접 기록되진 않았지만, 무역과 이민정책의 변화가 이같은 판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8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Minutes)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19명의 위원 중 대다수(vast majority)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금리 인하가 아니라 동결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위원들도 일부 있었다. Fed는 지난달 정책금리를 연 4.25~4.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9월 0.5%포인트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피벗)한 데 이어 세 번째 금리 인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인하 추세가 작년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달 FOMC에서 참석 위원들은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쪽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과정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록은 Fed 소속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소개하면서 "경제 상황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무역, 이민, 재정 및 규제 정책의 잠재적인 변화"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요인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최근 데이터와 (트럼프 취임으로 인한) 잠재적 정책 변화에 대한 예비적인 가정을 반영한 결과 "실질 경제성상률은 이전 전망보다 약간 낮아지고, 실업률은 약간 높아지겠지만 자연실업률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 경제학자들은 또 "인플레이션 전망 주변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2024년에 핵심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고 무역 정책 변화의 영향이 직원들이 가정한 것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가 결국 물가를 밀어올릴 것이고 이민자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는 뜻이다.

위원들은 이러한 분석을 공유하 통화정책의 완화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가까워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참가자들이 "이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에 전반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WSJ는 FOMC 위원들이 금리를 얼마나 더 인하할지 고려하면서 작년 가을에 나타난 강한 물가상승률 수치가 얼마나 많은 잠재적 가격(인상) 압력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점,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부과 약속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FOMC 의사록
FOMC 의사록
Fed 내에서도 입장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톰 바킨 리치몬드연준 총재는 지난 주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를 초과할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새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결정자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용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FOMC 위원 중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프랑스 파리 OECD 강연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자신은 올해 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문제에 대해서도 "관세가 물가에 상당하거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자신의 견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