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2025 기획초청 픽(Pick)크닉(이하 픽크닉)'으로 세 편의 창작 연극을 소개한다. 오는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극단 앤드씨어터 '유원(원작 백온유, 각색 신재훈, 연출 전윤환)', 양손프로젝트 '파랑새(원작 모리스 메테를링크, 연출 박지혜)'와 '전락(원작 알베르 카뮈, 각색·연출 손상규)'이 소개된다.

픽크닉은 민간극단이 제작한 우수 연극의 레퍼토리화를 돕고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이끌 대표작의 탄생을 만들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국립극단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다. 국립극단은 민간극단과 상생, 관객 저변의 확대를 목표로 초청작품을 올려왔지만 지난해 새로운 예술감독이 부임하면서 기획초청을 정기화했다. 국립극단은 픽크닉 초청작에 대해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고 서울 명동예술극장의 무대를 제공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짧은 공연 기간으로 관객에 두루 소개되지 못한 작품을 다시 무대로 불러 유통 경로를 확대하고, 관객의 선택지를 넓혔다"고 자평했다. 이어 "관객과 예술가라는 두 주체에 대해 무게를 두고 올해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고도 밝혔다. 올해 픽트닉의 콘샙트는 '역할의 경계를 지우는 무한한 예술가'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이 올해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픽크닉에 참여하는 신재훈, 전윤환, 양손프로젝트는 현재 한국 연극계가 주목하고 있는 창작자들로 극작, 연출, 배우 등 다양한 연극 요소를 넘나들고 있다. 다양한 극적 시도와 무대 언어를 무기로 살아 숨쉬는 무대를 빚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이들이다.
국립극단 초청 웰메이드 창작 연극 3편… 명동예술극장 오른다
유원의 한 장면

오는 24일 개막해 다음달 2일까지 무대에 서는 '유원'은 대한민국의 아픔과 시련을 녹여낸 작품이다. 비극적 화재에서 살아남은 18세 주인공 유원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가족을 향한 부채감, 자기혐오, 증오와 연민의 감정을 끌어안고 방황한다. 재난 이후의 시간을 적시하면서 생존자, 그리고 참사 목격자들의 모습을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국립극단 초청 웰메이드 창작 연극 3편… 명동예술극장 오른다
파랑새의 한 장면

양손프로젝트는 올해 처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박지혜가 이끄는 창작 집단인 양손프로젝트는 문학가 다자이 오사무, 김동인, 현진건, 모파상 등 소설을 무대로 재구성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도 받아왔다. 다음달 8일 막이 오르는 '파랑새'는 벨기에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희곡을 무대화했다. 파랑새를 찾아 길을 떠나는 '틸틸'과 '미틸'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락'은 알베르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직전 발표한 작품이다. 센 강에서 투신하는 사람을 목격한 '클라망스'라는 인물을 통해 도덕의 몰락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국립극단 초청 웰메이드 창작 연극 3편… 명동예술극장 오른다
전락의 한 장면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는 시대 상황 속에 연극의 존재 가치를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이들의 작품"이라며 "예술가들이 사유한 결과물이 우리 삶의 길잡이가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픽크닉 공연은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다. '유원' 유료 티켓 소지자에게는 '파랑새' 또는 '전락' 관람 시 50%의 티켓 할인도 해준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