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직장인 송모 씨는 지난해 11월 일본 여행을 4박 일정으로 다녀오며 300만원을 쓰고 왔다. 한 달 생활비를 훌쩍 넘는 돈이었다.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생활비를 줄였던 그지만 여행 가서는 현지 맛집 투어와 쇼핑을 하러 다녔다. 평소 아꼈던 것과 달리 충동적으로 큰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송 씨는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해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월간 국내·국외 여행 동향 분석'에 따르면 해외여행에서 쓰는 평균 비용은 국내 대비 8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여행 평균 기간은 3일로 1인당 총경비는 23만1000원, 1일당 7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여행은 평균 6.43일로 1인당 총경비 180만5000원에 1일당 28만1000원이다. 총경비 기준으로 약 8배 차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인 2019년과 현재 여행 패턴 변화를 수치화한 지표인 '여행 코로나지수(TCI)'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국내여행 1인당 총비용은 109에 그쳤지만 해외여행은 120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쓰는 비용은 국내외 모두 늘었지만 해외여행 비용 증가폭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외여행객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1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누적 2597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98% 수준을 기록했다.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달리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해외여행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와 일본 등 단거리 지역 중심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12월에도 여행객이 늘었다. 올해 1분기까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국내 소비 위축에도 환율 영향이 비교적 적은 여행지를 선호하는 등 해외여행 수요는 견고하다. 특히 지난해(1~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795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510만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94% 회복에 그치면서 여행수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여행수지 적자는 7억6000만달러였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1076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의 93% 수준이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39만1140명으로 2019년 같은 달보다 오히려 14.4% 많았다. 방한 외국인 대비 내국인 해외여행객이 많은데다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가 줄어들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은 10월(-4억8000만달러)보다 2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한은은 최근 정국 불안이 일부 입국이나 출국을 위축시킬 수 있겠으나 연말 겨울방학 출국자 수가 늘며 여행수지 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