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책임·내실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서거나 재무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 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너 아니면 재무통 CEO"…건설사, 책임·내실 경영 강화

대우건설은 지난달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 김보현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뒤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단장을 맡아 합병 과정을 총괄했다. 2022년 대우건설 고문을 역임했고, 2023년부터 총괄부사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김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대우건설 대표에 오른 것은 시장 불확실성에 빠른 조직 안정화와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 역시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앞으로 3년 가운데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너 아니면 재무통 CEO"…건설사, 책임·내실 경영 강화

GS건설은 지난해 3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허윤홍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허 대표는 올해 주택 부문 강화에 초점을 맞춰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시무식도 서울 본사가 아닌 충남 서산시 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현장에서 개최했다. 허 대표는 작년 11월 새롭게 바꾼 '자이(Xi)' 브랜드를 통해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고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재무통'을 대표로 내세운 건설사도 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11월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지낸 주우정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주 대표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엄중한 시기인 만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소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정경구 HDC 부사장을 대표로 발탁했고,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해 7월 SK E&S 재무부문장 출신인 김형근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모두 내실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사업 부문에서 대표를 선임한 곳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뿐이다. 현대건설은 작년 11월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DL이앤씨는 작년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대표로 발탁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유임됐다. 박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지낸 그룹의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