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 곧 퇴직…경찰 계엄수사도 함께 '빨간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인 우종수 본부장(사진·치안정감)이 퇴임을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찰은 후임자 물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법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는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까지 겸직하고 있어 부재 시 계엄 수사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자신들 입맛에 맞게 수사를 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후임자 선임 과정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2023년 3월 29일에 취임한 우종수 본부장은 77일 뒤인 오는 3월 28일 퇴임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2021년 1월 1일에 출범한 국가수사본부는 수사권 독립 차원에서 본부장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중임을 할 수 없어 우 본부장은 반드시 퇴직해야 한다.

통상 정부는 국수본부장 퇴직 두 달 전부터 인선 절차를 논의한다. 절차상 약 6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청 내부에선 “현재 비상 상황이라, 어떠한 인선 절차를 할 수 없다”고 난색을 보이며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현행법상 ‘국가수사본부장을 경찰청 외부를 대상으로 모집해 임용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돼 있다. '필요가 있는 때'란 대통령이 외부에서 채용할지 혹은 내부 경찰 수뇌부 중 한명을 승진·전보할지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란 의미다. 국수본은 출범한 시기가 짧다 보니 경찰에선 ‘외부 임용’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3년 2월 25일에 퇴임한 1대 남구준 국수본부장의 경우 퇴직을 앞두고 외부 채용에 나선 사례가 있다. 당시 정순신 변호사가 낙점됐다. 정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으로 당시 ‘검찰 인맥’ 논란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곧바로 ‘자녀 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정부는 내부에서 부랴부랴 후임자를 찾았고 윤 대통령은 당시에도 치안정감이던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2대 국수본부장에 대체 임명했다.

경찰청에서 내부에서 인물을 찾으려 해도 최 대행의 결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찰 내부에선 치안감 27명·치안정감 6명 등 총 33명이 후보군이다. 다만 수사 경력 여부, 정년퇴직 임박 등을 고려하면 후보군이 훨씬 적어진다.

경찰의 계엄 수사가 연속성을 가지려면 불가피하게 곧 인사를 해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일 경찰 외부(검찰 출신) 인사로 선정할 경우 여·야에서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찰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 체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수본을 연일 압박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내부에서 인물을 찾으려 해도 수뇌부(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구속 뒤 멈춰있는 경찰 고위직 승진·전보 인사까지 함께 진행돼야해 상황이 복잡하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찾아가 “나중에 훗날을 생각하라” 등 협박성 발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수본부장이 계엄 특별수사단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보니 관련 수사도 불가피하게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만일 임기 만료 전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 공석이 되고,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경찰대 5기·치안감)이 직무 대리를 한다. 하지만 윤 치안감은 계엄 사태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 체포조 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우 본부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또 다시 정치의 격랑에 한 가운데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안그래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은 경찰청장 직무대리,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수시로 국회로 불러 “우리에게 유리한 수사를 하라”란 식으로 대놓고 압박을 해오고 있다. 또한 틈날 때마다 각 당 의원들이 우르르 경찰청과 국수본 청사로 몰려 ‘기관장 나와라’고 압박하며 쥐 잡듯 질타를 하고 있다는 것.

경찰 수뇌부 A씨는 “경찰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가장 먼저 구속 시키면서 공정함을 보여줬다”며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연일 협박성 발언을 내뱉으며, 조직을 망치려 든다”고 한탄했다. 익명의 경무관 B씨는 “여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국수본부장을 반드시 선임하려 할 것”이라며 “야당이 탄핵이란 대안 카드로 맞불을 놓을텐데, 그럴 경우 계엄 수사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