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백화점 유아용품 코너에 있는 젤리캣 인형. /사진=김영리 기자
9일 백화점 유아용품 코너에 있는 젤리캣 인형. /사진=김영리 기자
"유아용품 코너에 있긴 한데, 요즘엔 어른들이 더 많이 찾습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백화점에 위치한 봉제 인형 편집 매장 직원의 말이다. 이 곳에서는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인형 브랜드 '젤리캣'의 제품을 판매한다. 직원은 "자녀 선물용이 아닌 일반 성인 수집용으로 요즘에 더 많이 팔리는 듯하다"라며 "특히 3만~4만원대의 소형 인형 키링이 제일 잘나간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키덜트(아이 'Kid'와 성인 'Adult'의 합성어) 문화가 확산하면서 봉제 인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 받는 브랜드는 국내서 '출산 선물'로 유명했던 젤리캣이다. 최근 들어 국내외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수십만원을 투자해 이 브랜드 인형을 수집하면서, 새로운 소비문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젤리캣 인형 매장 '젤리캣 다이너'. 성인 대상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인형을 조리하듯 포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유튜브 Average sociallite 캡처
미국 뉴욕에 위치한 젤리캣 인형 매장 '젤리캣 다이너'. 성인 대상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인형을 조리하듯 포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유튜브 Average sociallite 캡처
지난달 뉴욕포스트는 젤리캣 인형의 인기를 조명하며 "Z세대가 봉제 인형에 집착해 종류별로 수집하고, 한정판 제품에 거액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젤리캣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0대부터 20~30대 성인들 사이에서 인형을 키링처럼 가방에 부착하거나, 친구들과 젤리캣 인형을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젤리캣 관련 해시태그로 등록된 게시물은 82만건 이상이다.

젤리캣은 1999년 런던에서 설립된 장난감 회사다. 국내에서는 토끼 인형이 가장 유명하다. 크기에 따라 3만~1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젤리캣은 동물, 과일, 디저트 등 다양한 모양의 인형을 제작한다. 현재 해외에서는 하트, 햄버거, 아이스크림 모양의 젤리캣 인형이 토끼 인형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 모양의 일부 한정판 제품은 이베이 등 경매 사이트에서 최대 1200달러(약 1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키덜트족이 젤리캣의 한정판 인형 등 구하기 힘든 제품을 개인 간 거래로 수집하고 있고, 거금을 주고서라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의 젤리캣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아예 키덜트 고객에 초점을 맞춰 진열해둔 점이 특징이다. 인형을 음식 모양으로 진열하고, 인형을 포장할 때 뒤집개로 인형을 뒤집는 등 요리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키덜트족을 공략한 젤리캣의 마케팅 전략 덕에 기업 규모도 성장했다. 블룸버그의 기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젤리캣은 2022년 한 해 2억파운드(약 3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해외 매출의 경우 2013년에서 2022년 사이에 8배가량 증가했고 특히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는 매출이 약 2배 뛰었다.
해시태그 젤리캣 관련 게시물은 82만개에 달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해시태그 젤리캣 관련 게시물은 82만개에 달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 캐릭터·인형 시장도 2030 키덜트 소비자를 중심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글로벌 봉제 인형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난감을 어린이의 전유물로 보는 관점은 이미 구시대적 발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며 "이미 국내의 캐릭터 지적재산권(IP) 관련 상품들도 성인 수요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