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도 제한이나 문화재 보존 등의 높이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구역에서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건축·교통·환경 등 7개 분야 심의를 단번에 진행하는 재개발·재건축 통합심의에 소방과 재해 분야를 포함해 인허가 기간도 최소 2개월 단축된다.
'고도지구 재정비' 볕들까…공공기여 줄여준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주재로 개최한 ‘경제규제 철폐 정례 간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철폐안 3·4호를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규제철폐안 1호(도심·역세권 상가 의무비율 완화)와 2호(환경영향평가 면제 확대)를 내놓은 지 4일 만이다. 건설 경기와 주택 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높이 규제 지역 재개발 부담 덜어준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건설산업 규제철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규제 완화 방안을 찾고 있다. 규제철폐안 3호는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이 어려운 ‘도시규제지역’에서 조합 등 사업자의 공공기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다. 지난번 발표한 규제철폐안 1호가 도심과 역세권 고밀개발을 촉진하는 내용이라면 이번엔 사업 자체가 어려운 지역을 핀셋형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도시규제지역은 고도·경관지구에 속해 있거나 문화재·학교 주변 지역, 구릉지에 있어 일조권, 사선제한 등으로 높이 제약을 받는 지역이다. 이런 곳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상한선을 높여주더라도 각종 규제 때문에 상한선을 채우는 게 불가능하다.

지난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기 위해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의무공공기여 비율을 대지면적의 15%에서 10%로 낮췄다. 앞으로 이 비율을 10%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용도지역 상향으로 실제 혜택을 받은 용적률에 비례해 공공기여를 부담하도록 했다. 예컨대 1종 주거지에서 2종 주거지로 용도지역을 상향한다면 용적률 상한선은 200%에서 250%로 50%포인트 올라간다. 하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실제로는 용적률을 220%밖에 받을 수 없다면 용적률 증가분을 50%포인트가 아니라 20%포인트로 보고 공공기여율도 10%(대지면적 기준)가 아니라 4%를 적용한다. 대지면적을 4만㎡로 가정하면 분양 가능 가구 수가 약 15가구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지역으로 동작구 흑석10구역(4만5795㎡)이 꼽힌다. 흑석10구역은 흑석뉴타운 11개 구역 중 유일하게 사업성을 이유로 해제됐다. 앞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도 두 차례나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1종 주거지인 데다 자연경관지구라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양도성과 가까운 성북구 삼선3구역(5만8332㎡),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 종로구 행촌동 210의 2 일대(7만4397㎡) 역시 문화재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 서울시는 이들 구역 모두 신속통합기획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재해도 ‘통합심의’에 포함

규제철폐안 4호로 내놓은 과제는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를 통합 심의해 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통합심의 대상에 별도로 이뤄지던 소방·재해 심의가 추가된다. 통합심의는 건축·경관·교육·환경·교통 등 7개 분야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다. 사업계획을 확정 짓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통합심의에 소방과 재해 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분야별 이견이 생겼을 때 그 자리에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건설 경기와 주택 공급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방·재해 관련 기준을 고려한 효율적인 건축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