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안보적 위협은 미·북 대화 재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면 한반도 안보에 관한 미래를 ‘외부인’의 결정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은 이미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겨냥해 다양한 포석을 두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군사 협약을 맺고 러시아에 수천 명의 병사를 파견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 앞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전쟁을 끝내는 데 있어서도 자신들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 후 가장 먼저 하겠다고 밝힌 제1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제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과의 ‘핵 담판’이다. 2018년과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과 목표가 동일할 것이라는 얘기다. 차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획득한 협상 레버리지를 내세워 미국에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핵화는 고사하고 핵 동결보다 훨씬 위험한 내용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등을 김정은과 타협한 뒤 한반도 긴장을 완화했다고 합리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비용만 부담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큰 변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미 결속을 약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한다. 차 위원은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은 확실한 전략적 명확성을 (미국에) 보여야 하지만, 동시에 한·중 관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이것이 한국이 가진 딜레마”라고 평가했다. 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 진영에 한국이 중국의 확장을 억제할 중요한 동맹임을 각인시키는 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공동 회복력(co-resilienc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잘 활용하면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과 독대하려는 북한의 전략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