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휴머노이드 시대의 노동
쌀쌀해진 주말이면 자주 찾는 단골 칼국수 집. 어느 날부터 서빙 로봇이 종업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음식을 한가득 싣고선 요리조리 테이블 곳곳을 잘도 찾아다닌다. 요상한 소리도 내면서 다니니 어린아이들은 장난감을 마주한 것인 양 좋아한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은 주문한 메뉴가 제대로 오는지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한 끼 식사에도 바야흐로 ‘로봇 시대’가 도래했다.

자동화에 초점을 둔 협동 로봇에서 ‘휴머노이드’라는 고도화된 인간형 로봇으로의 빠른 교체는 ‘노동’ 측면에서도 급속한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노동 대체를 본질 삼아 빠르게 산업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지치지 않고 쉼 없이 일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안전사고’라는 개념조차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가장 완전한 노동 주체로도 평가받는 이유다.

그래서 노동 주체로서 인간은 휴머노이드 출현을 단순한 흥미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적잖은 이들이 휴머노이드를 위협과 불안의 아이콘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로봇을 두고 ‘세금조차 부과되지 않는 오로지 기업의 수익만 높여줄 수단’으로, 로봇 확산 탓에 결국엔 인간의 일자리가 다 없어질 것이라는 노동 종말론까지 언급된다.

그런데 과거에도 생산 자동화, 컴퓨터 출현, 통신 발달 등으로도 인간의 노동에 큰 위협이 가해지리라는 수많은 예상이 있었다. 정작 사실은 그 세월 동안 인구 증가, 기술 변화에 상응하는 규모의 일자리가 갖춰졌다. 또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인류는 사회 발전으로의 힘찬 전진을 이뤄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역사의 교훈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로봇 시대에 맞는 정보 공유와 교육체계 개선 등을 노동조합과 함께 논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 시대 변화에 대처하는 현명한 지혜가 발휘되는 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 사회 한구석에선 ‘자동화는 노동의 불안과 위협’이란 이름을 앞세워 생존 투쟁과 일자리 안정만을 외치는 갈등과 대립의 구도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시대가 온다고 해서 인간의 노동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레짐작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류의 역사는 불안한 변화에도 훌륭하게 대처해온 발전적 선례를 남기지 않았던가.

노동의 질을 가다듬고 노동의 변곡점에 필요한 교육을 시행하는 기지로서 국가는 사회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은 변화의 정보와 필요한 기준을 정립할 때 인간의 노동은 휴머노이드와 ‘함께’ 멋진 꽃을 피울 수 있다. 물론 인간의 노동도 담대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변화에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