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퍼펙트 스톰’급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기업가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발 해외시장 불안과 극심한 내수 위축으로 얼어붙은 국내 투자에 선도적으로 물꼬를 트는 의미도 작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어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해외 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라 국내 투자도 늘려 한국을 혁신 거점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에 1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신차 공장 건설 같은 경상투자에 12조원을 배정했다. 대규모 투자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힘쓰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울산에 짓는 하이퍼캐스팅 공장이다. 하이퍼캐스팅은 수많은 금속 패널을 용접·조립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이다. 공정을 줄여 생산성을 올리고 품질 불량을 대폭 해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비슷한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한 테슬라는 생산 단가를 40%가량 낮췄다.

현대차는 최근 들어 혁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GM과 포괄적 업무 협약을 맺고 한 달 뒤 한국 기업 중 이례적으로 인도 증시에 직상장했다. 이어 연말 인사에선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에 앉혔다. 새해 들어선 주요 경영진이 언론과 투자자 앞에 나서서 회사의 비전과 미래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 소통으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내외 위기를 성장 기회로 삼자고 주문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이순신 장군처럼 위기 속에서 절대 위축되지 말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도전과 혁신 과정에서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끝까지 전진해 미래기술 경쟁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의 기업가정신이 다른 기업에 좋은 자극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