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의 실질적 상용화에 2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발언에 국내외 관련 종목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미국 양자컴 기업이 즉각 반박하는 등 관련 기술 상용화 시점에 관한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젠슨 황, 펄펄 끓는 양자컴株에 '얼음물'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CES 2025’에서 월가 분석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양자컴퓨터 기업과 협력하고 있지만 15년은 매우 유용한 양자컴의 초기 단계이고 30년은 아마 후기일 것”이라며 “20년이라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양자컴 기술 상용화까지 20년이 걸린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이날 미국 증시에서 양자컴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대장주 격인 아이온큐가 39% 하락하고, 리게티컴퓨팅은 45.41% 급락했다. 디웨이브퀀텀(-36.13%), 퀀텀컴퓨팅(-43.34%) 등도 최근 한 달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하락세는 양자기술주에 그치지 않고 다른 미래 기술 테마주로 확산했다. 언유주얼머신(-15.67%), 팰러다인AI(-7.77%), 조비에비에이션(-7.59%) 등 드론주가 약세를 보였고 로켓랩(-2.11%), 인튜이티브머신(-5.44%) 등 우주개발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국내 양자 테마주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인 양자 관련 광통신 기업 한국첨단소재는 9일 10.54% 하락한 8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아이윈플러스(-20.67%), 코위버(-9.45%), 엑스게이트(-13.20%), 케이씨에스(-10.85), 아톤(-7.45%) 등 관련주가 급락했다.

다만 젠슨 황 CEO 발언과 관련해 미국 양자 기업에서 정면 반박이 나오는 등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퀀텀 CEO는 CNBC 방송에서 “그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며 “양자컴 상용화 시점은 20년이나 3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마스터카드와 일본 통신 기업 NTT도코모 같은 회사가 디웨이브퀀텀 기술을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웨이브퀀텀 매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분기 매출은 190만달러(약 28억원)로 전년 동기 260만달러에서 27%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양자컴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CEO 발언을 두고 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관련주는 당분간 급등락을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