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9일 공개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의 특징은 경증 질병·상해 보장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험 재원을 중증 환자 중심으로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4000만 명에 달하는 기존 실손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5세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은 한계로 꼽힌다.

수십만원대 '비타민 주사'…5세대 실손에선 보험금 못탄다
실손보험은 주계약으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 특약으로 비급여 항목의 본인 부담을 보장하는 구조다. 정부는 비급여 특약을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해 출시 시기를 달리할 계획이다. 중증 질병·상해는 암, 뇌혈관·심장 질환, 희소난치성 질환, 중증 화상 등이 해당된다.

5세대 실손 초기에는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고, 이후 비급여 관리 상황을 평가한 뒤 내년 6월께 경증 비급여 보장 상품을 내놓도록 할 계획이다. 보험료는 중증만 보장하는 경우 현행 4세대보다 50%, 중증과 경증을 보두 보장하면 30%가량 내려갈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경증 비급여 보장 한도 역시 현행보다 줄어든다. 연간 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감소한다. 통원치료는 회당 최대 20만원에서 1일 20만원으로 제한된다. 입원 치료는 회당 300만원 한도가 추가된다. 자기부담금 비율은 현행 30%에서 50%로 올라간다. 경증 비급여로 진료비를 10만원 낸다면 5만원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또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치료, 비타민주사, 자기공명영상(MRI) 등 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고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3대 비급여’는 아예 보험금을 주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기존 실손 가입자의 5세대 이동을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금융감독원은 기존 1~4세대를 포함해 보험금 지급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10여 개 비급여 항목의 분쟁조정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치료가 목적인 의료 행위인지 등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 과잉 진료를 방지하겠다는 얘기다.

백내장 등 최근 보험금 지급이 급증한 항목이 분쟁조정기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과잉 경증 비급여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분쟁조정기준을 추가할 예정이다.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유지하는 이유가 폭넓은 보장인데, 이런 장점이 줄어들면 보험료가 싼 5세대로 일부 이동할 것이란 기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