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20대 신입직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서평]
청소년에게 담배는 몸에 해로우며 치아를 누렇게 만든다는 내용의 흡연 예방 캠페인이 먹힐까. 1998년 미국 플로리다의 한 광고 기획자는 이 캠페인이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대들은 이미 흡연이 암을 유발하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건 흡연을 통해 성인과 유사한 지위와 존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10대의 욕구를 꿰뚫어본 광고 기획자는 그들을 계도하는 대신 존중하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전환했다. 새로 만든 광고 속 10대는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담배 회사들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행동하는 젊은 이미지였다. 그 결과 10대 흡연율은 28%에서 6% 이하로 떨어졌다. 이 캠페인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공중보건 캠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 데이비드 예거는 그의 저서 <어른의 영향력>에서 이 캠페인이 청소년은 생각이 부족하며, 현명한 어른에게 배워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고가 잘못됐단 걸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젊은 세대를 향한 어른들의 조언이 실패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청소년의 뇌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다. 예거는 이 책에서 청소년의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른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10세 무렵이 되면 인간의 뇌는 자부심, 찬사, 존중 등 사회적 보상을 갈망하게 된다. 몸이 성적 성숙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테스토스테론이 급증하는데, 이것이 사회적 지위 및 존중과 관련된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무시나 굴욕, 수치 등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극도로 혐오하게 되는 것도 이 시기다. 유아기의 욕구가 잘 먹고 잘 자는 것으로 채워지듯이, 청소년기의 핵심 욕구는 지위와 존중이다.
당신이 20대 신입직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서평]
예거는 청소년을 대할 때 강요와 보호 둘다 옳은 마음가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이들을 모자라고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하지 않는 관점이 깔려 있어서다. 그가 대신 제안하는 건 '멘토 마인드셋'이다. 청소년을 진지하게 대하고 어린아이로 취급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태도다. 동시에 그들이 처한 제약이나 곤경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존중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여러 실험을 통해 학습 의욕을 북돋거나 잘못된 식습관, 학교폭력을 줄이는 등 청소년 행동 문제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의 존중 욕구가 20대 중반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20대 중반은 겉으로는 완전한 성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안정적인 경력을 쌓기 전이다. 10대와 마찬가지로 마음 속에 내재된 존중 욕구와 사회적인 지위 사이에 괴리가 있는 시기란 설명이다. 청소년기에 친구나 선생님 앞에서 창피를 당할까봐 걱정한다면, 20대엔 첫 직장 상사 앞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일까봐 애를 태운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세대 갈등도 어쩌면 사회초년생 직원들의 뇌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좋은 어른은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하고 싶은 회사, 살기 좋은 사회에도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이 책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 뿐 아니라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조직의 관리자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