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공급량 3분의 1 증발 위기…인도네시아 승부수에 시장 '출렁' [원자재 포커스]
인도네시아 정부의 니켈 광산 생산량 감축 정책이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 이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투자은행(IB) 맥쿼리는 이날 메모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자국 니켈 광산의 채굴 할당량을 감축할 경우 전 세계 니켈 공급이 약 35%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금속이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 2억7200만 t이었던 니켈 채굴 허용량을 올해 1억5000만 t까지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나치게 낮아진 니켈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채굴된 니켈의 등급이 낮아졌다며 니켈 매장량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맥쿼리는 니켈 가격이 크게 오르고 배터리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맥쿼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검토 중인 대규모 감산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면서도, 생산량이 예상보다 조금만 낮아져도 니켈 가격 상승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초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을 운영하는 프랑스 기업 에라마트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충분한 할당량을 받지 못해 니켈 판매량을 29% 줄였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채굴량을 크게 제한하면 세수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재무부와 투자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동시에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 대한 투자를 냉각시킬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선물거래소(LME)에서 2년 연속 하락한 니켈 가격. (자료=블룸버그통신)
런던선물거래소(LME)에서 2년 연속 하락한 니켈 가격. (자료=블룸버그통신)
지난해 니켈 가격은 인도네시아발(發) 생산 급증과 배터리 제조업체 및 스테인리스강 부문 수요 약화로 인해 2년 연속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23년 니켈 가격은 45% 폭락했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초 최저치를 기록한 후 중국 경제 침체로 수요가 더욱 악화하며 현재 1만5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니켈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난해부터 강조해왔다. 바흘릴 라하다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동남부 술라웨시 카바에나섬에 위치한 니켈 광산. (사진=AP)
인도네시아 동남부 술라웨시 카바에나섬에 위치한 니켈 광산. (사진=AP)
또 라하다리아 장관은 대형 외국 소유 광산업체들에게 니켈 채굴 할당량을 부여하면 자국 소규모 광산업체들이 니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대형 광산업체는 외국 소유"라며 "그들에게 할당량을 전량 부여하면 다른 업체들은 어디에서 광석을 판매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제련소들은 소규모 광산업체처럼 처리 공장이 없는 회사로부터도 광석을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내 채굴 할당량이 줄어들 경우 제련소들은 필리핀 등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내 제련소들이 원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필리핀으로부터의 광석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