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車 중국서 망할 판”…혼다 9년 만에 100만대 붕괴 [김일규의 재팬워치]
지난해 일본 1~3위 완성차 업체의 중국 판매 실적이 일제히 급감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갈수록 밀리는 모습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2위 완성차 혼다는 지난해 중국에서 85만226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대비 30.9% 감소한 실적이다. 혼다의 중국 판매가 100만대를 밑돈 것은 9년 만이다. 일본 3위 닛산은 12.2% 감소한 69만6631대, 일본 1위 도요타는 6.9% 줄어든 177만6000대로 나타났다.

일본 1~3위 완성차 업체의 중국 판매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3년 연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BYD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혼다와 닛산은 경영 통합으로 비용 경쟁력을 높일 생각이지만 중국에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車 중국서 망할 판”…혼다 9년 만에 100만대 붕괴 [김일규의 재팬워치]
혼다와 닛산은 경영 통합을 위해 협의 중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중국 판매는 총 154만8900대로, 정점이었던 2019년(310만대)의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BYD의 중국 내 판매는 2019년 대비 8.5배 늘어난 383만대를 기록했다. 혼다와 닛산을 합쳐도 BYD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일본 완성차가 곤경에 빠진 것은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투입이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1월 중국 내 가솔린 차량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감소했다.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BYD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폭넓은 가격대로 다양한 차종을 판매하며 생산 비용을 낮추고 있다.
“일본車 중국서 망할 판”…혼다 9년 만에 100만대 붕괴 [김일규의 재팬워치]
BYD는 작년 2월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신에너지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가격 경쟁에 맞서 일본 기업들도 가솔린차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 승용차 가격은 평균 16만4900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5% 떨어졌다.

중국 둥펑과의 합작사인 둥펑혼다는 8.1% 인하된 13만600위안, 둥펑닛산은 3% 떨어진 9만6200위안으로 감소 폭이 더 컸다. 니혼게이자이는 “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 중국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혼다와 닛산은 작년부터 중국 생산 규모 축소 및 인력 최적화에 나섰다. 혼다는 11월 연간 24만대를 생산하던 후베이성 우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연간 5만대를 조립하던 광둥성 광저우 공장은 10월에 폐쇄했다.
“일본車 중국서 망할 판”…혼다 9년 만에 100만대 붕괴 [김일규의 재팬워치]
닛산은 6월 장쑤성 창저우 공장(연간 13만대)의 문을 닫았다. 실적 부진에 따라 11월에는 전 세계 직원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방안도 발표했다. 글로벌 생산 능력도 20%(100만대) 줄이기로 했다.

닛산은 중국에 7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구조조정 방안은 혼다와의 경영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중국 공장 가동률은 50% 전후로 부진한 가운데 중국 생산 능력 감축이 초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신에너지차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전기차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고 있다. BYD는 올해 판매 차량의 60%에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도 자율주행 등 영역에서 기어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