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양자 상용화 멀었다" vs 바라츠 "젠슨 황 틀렸다"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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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154회
젠슨 황, 양자컴 상용화 20년 후 예측
디웨이브 "상용화 이미 진행 중" 반박
"한국, 양자 생태계 조성 속도 내야"
젠슨 황, 양자컴 상용화 20년 후 예측
디웨이브 "상용화 이미 진행 중" 반박
"한국, 양자 생태계 조성 속도 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양자의 미래' 논쟁이 뜨겁다. 상용화에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황 CEO의 전망과 이미 산업 현장에 적용됐다는 양자컴퓨팅 업계의 반박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상용화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 양자가 인공지능(AI)을 뒤이을 패권 기술이라데 이견이 없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황 CEO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양자 주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황 CEO 발언이 나온 이날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 주식은 일제히 폭락했다. 각각 전일 대비 리게팅컴퓨팅 45%, 퀀텀컴퓨팅 43%, 아이온큐 39%, 디웨이브퀀텀 36%, 아킷퀀텀 31%, 실스크 26%씩 폭락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레버리지드쉐어스'의 '아이온큐 3X ETP' 레버리지 상품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이 ETP는 아이온큐 주가가 하루 동안 1% 오르면 3% 상승하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세 배 하락하게 설계됐다. 아이온큐 주가가 39% 폭락해 투자 원금 자체가 '0'이 된 상황이다. 양자컴퓨팅 업계는 반박에 나섰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성공한 디웨이브퀀텀의 앨런 바라츠 CEO는 "황 CEO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마스터카드와 일본 NTT도코모를 비롯한 기업들이 현재 자사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15년 후, 20년 후, 3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황 CEO의 발언이 게이트 모델 양자컴퓨터의 경우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어닐링 양자컴퓨터의 경우에는 100% 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 어닐링은 '여러 가능성을 한 번에 고려해서 더 빠르게 좋은 답을 찾는 방법'으로, '수학적 최적화'와 유사한 개념이다. 디웨이브의 양자 솔루션은 항공 우주, 자동차, 금융,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다. 디웨이브는 주요 고객사로 마스터카드, 딜로이트, 지멘스, NEC(일본전기주식회사), 덴소, 록히드마틴 등을 두고 있다.
일각에선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 타격이 불가피한 황 CEO가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컴퓨팅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을 통해 AI 칩 시장 80% 장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터가 GPU를 대체할 경우 엔비디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투자회사 크레이그 할럼의 리처드 섀넌 애널리스트는 “양자 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황 CEO가 양자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양자가 확실한 미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미팅에 참석한 국내 양자 전문가들도 "한국이 잘하는 독창적인 양자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채 한미양자기술협력센터장은 이 행사에서 "실용성에 누가 먼저 다가가는지가 관건"이라며 "느리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속도를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세계양자산업계가 양자 '에러 정정'(error correction)과 큐비트 숫자를 늘리는데 매진하고 있다"며 "실용적인 분야에 양자를 적용하려면 큐비트 숫자가 현재보다 100배 이상 많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가 2023년 발표한 과감한 양자 투자 계획이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정부의 양자 투자는)지난 5년간 가장 잘한 일"이라며 "이제 그 투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양자기업 SDT의 윤지원 대표는 "양자 산업에서의 제1 철학은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한국이 강한 제조업 분야를 살려 양자 냉각 장비, 광학장비 등 양자 필수 소재·부품·장비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10~15년간 꾸준히 투자를 해 '양자의 TSMC'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기업인 큐노바의 이준구 대표는 "젠슨 황의 한 마디에도 양자컴퓨터 주가는 흔들린다"며 "한국이 가진 역량을 믿고 근본적인 기술력이 무엇일지 고민한다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 내 한국은 양자에서 핵심 산업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양자컴퓨팅의 상용화 논란, 주식 시장에 큰 충격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황 CEO는 최근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 20년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수긍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른 상용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황 CEO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양자 주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황 CEO 발언이 나온 이날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 주식은 일제히 폭락했다. 각각 전일 대비 리게팅컴퓨팅 45%, 퀀텀컴퓨팅 43%, 아이온큐 39%, 디웨이브퀀텀 36%, 아킷퀀텀 31%, 실스크 26%씩 폭락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레버리지드쉐어스'의 '아이온큐 3X ETP' 레버리지 상품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이 ETP는 아이온큐 주가가 하루 동안 1% 오르면 3% 상승하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세 배 하락하게 설계됐다. 아이온큐 주가가 39% 폭락해 투자 원금 자체가 '0'이 된 상황이다. 양자컴퓨팅 업계는 반박에 나섰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성공한 디웨이브퀀텀의 앨런 바라츠 CEO는 "황 CEO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마스터카드와 일본 NTT도코모를 비롯한 기업들이 현재 자사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15년 후, 20년 후, 3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황 CEO의 발언이 게이트 모델 양자컴퓨터의 경우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어닐링 양자컴퓨터의 경우에는 100% 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 어닐링은 '여러 가능성을 한 번에 고려해서 더 빠르게 좋은 답을 찾는 방법'으로, '수학적 최적화'와 유사한 개념이다. 디웨이브의 양자 솔루션은 항공 우주, 자동차, 금융,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다. 디웨이브는 주요 고객사로 마스터카드, 딜로이트, 지멘스, NEC(일본전기주식회사), 덴소, 록히드마틴 등을 두고 있다.
일각에선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 타격이 불가피한 황 CEO가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컴퓨팅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을 통해 AI 칩 시장 80% 장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터가 GPU를 대체할 경우 엔비디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투자회사 크레이그 할럼의 리처드 섀넌 애널리스트는 “양자 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강한 제조업 분야 살려 양자 소부장 키워야"
양자 상용화 시기에 대해 논쟁이 있지만 글로벌 산업 지형을 뒤바꿀 패권 기술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한국도 관련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주최한 'K-퀀텀 스퀘어 미팅'에서도 황 CEO의 발언이 행사 내내 화제였다.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황 CEO가 양자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양자가 확실한 미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미팅에 참석한 국내 양자 전문가들도 "한국이 잘하는 독창적인 양자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채 한미양자기술협력센터장은 이 행사에서 "실용성에 누가 먼저 다가가는지가 관건"이라며 "느리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속도를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세계양자산업계가 양자 '에러 정정'(error correction)과 큐비트 숫자를 늘리는데 매진하고 있다"며 "실용적인 분야에 양자를 적용하려면 큐비트 숫자가 현재보다 100배 이상 많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가 2023년 발표한 과감한 양자 투자 계획이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정부의 양자 투자는)지난 5년간 가장 잘한 일"이라며 "이제 그 투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양자기업 SDT의 윤지원 대표는 "양자 산업에서의 제1 철학은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한국이 강한 제조업 분야를 살려 양자 냉각 장비, 광학장비 등 양자 필수 소재·부품·장비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10~15년간 꾸준히 투자를 해 '양자의 TSMC'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기업인 큐노바의 이준구 대표는 "젠슨 황의 한 마디에도 양자컴퓨터 주가는 흔들린다"며 "한국이 가진 역량을 믿고 근본적인 기술력이 무엇일지 고민한다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 내 한국은 양자에서 핵심 산업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