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4층에 프리미엄 아우터 전문관에서 사람들이 아우터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4층에 프리미엄 아우터 전문관에서 사람들이 아우터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달 들어 혹한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유통·패션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가격대가 높고 마진도 좋은 패딩 재킷 등 아우터 판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아웃도어 브랜드 관련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일제히 20~30% 늘었다. 롯데의 매출 증가율이 30%에 달했고, 신세계(23.9%)와 현대(22.7%)도 각각 20%를 웃돌았다. 스포츠 브랜드 관련 매출 또한 신세계가 27.1% 증가한 것을 비롯해 현대(18.2%), 롯데(15%)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아우터의 경우 롯데에선 70%, 현대는 55.2%, 신세계는 42.4% 매출이 급증했다. 서울의 체감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지난 9일엔 신세계백화점에서 관련 매출이 하루 만에 245% 폭증하기도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은 거위털, 오리털 패딩 위주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면서 “한파특수가 찾아왔다”고 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도 한파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SSG닷컴에선 이 기간 아우터 매출이 20% 늘었고 머플러와 장갑 등 방한용품 매출은 27% 뛰었다. LF의 자사몰에선 지난 1~8일 아우터 신상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0%, 이월상품 매출은 50% 각각 증가했다.

작년 11월 따뜻한 기온 탓에 겨울 초반 장사를 망쳤던 백화점과 패션 업체들은 창고에 쌓아둔 패딩 아우터를 빠르게 매대로 배치하며 대거 물량 소진에 나섰다. 특히 백화점의 신년세일 기간과 한파가 겹쳐 한파특수 시너지효과가 컸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이달 중하순까지 일제히 신년세일을 진행한다. 기본 20~30% 할인에 더해 구매액의 최대 10%를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신촌점 등 일부 매장에선 몽클레르, 에르노, 무스너클 등 프리미엄 패딩까지 20~40% 할인 판매중이다. 설 연휴 이전에 겨울 패션상품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면, ‘헐값’에 아울렛으로 넘겨야 해 절박하게 팔고 있다.

다만, 한파특수가 유통·패션사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아우터 등 일부 제품에 특수가 한정된데다 한파 특보가 조만간 풀릴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면세점의 경우 고환율과 여객기 참사 등의 여파로 인해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고, 유통인구에 큰 영향을 받는 쇼핑몰과 아울렛, 편의점은 한파 탓에 방문객이 크게 줄고 있기도 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