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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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재생에너지 투자, 트럼프 시대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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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재생에너지 투자, 트럼프 시대에도 유효하다"
은기환 한화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

트럼프 시대, 기후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투자 격언이 있다. 투자를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좋은 주식은 대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기대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외면받는 주식일수록 수익 기회가 숨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기본 법칙처럼 자리 잡았다. 천연가스만 묻혀 있어도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과연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임기 내내 유효한 전략일까?

필자는 2020년부터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운용하며 기후위기 대응 관련 투자에 집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시대가 기후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을 종종 받아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에도 기후위기가 거짓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관련 산업을 비판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본다. 오히려 트럼프 트레이드의 열풍 속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지금이 더 큰 투자 기회라고 판단한다.

당장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기 또는 변경 가능성은 낮다. 대선 전부터 IRA의 주요 수혜지역이 공화당 우세주에 집중되어 있었고, 실제로 공화당 하원의원 중 다수가 이 법안 폐기에 반대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간 하원의 의석수 차이가 5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IRA 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정책 폐기에 따른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관련 기업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말 트럼프 인수팀이 AMPC 폐지를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재생에너지 기업의 향후 2~4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트럼프 정책 영향으로 바꿀 근거는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사례로도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도 재생에너지 세액공제가 연장되고 신설되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태양광 기업 인페이즈에너지는 2017~2020년 사이 주가가 170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결과였다.
[마켓칼럼]"재생에너지 투자, 트럼프 시대에도 유효하다"
트럼프 시대 최대 수혜 업종으로 기대되는 천연가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천연가스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향후 3~4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공급망와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마켓칼럼]"재생에너지 투자, 트럼프 시대에도 유효하다"
미국의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기 때문에 분명 투자자로서 주목해야 할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 혁명 등은 한 정치인이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양상을 볼 때, 안타깝게도 평균적인 투자자들은 이를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투자의 큰 기회는 남들과 다르게 움직일 때 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기후투자가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예상하면, 그 용기에 대한 대가는 3~4년 후에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