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새해가 밝았지만, 경영활동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이미 연간 사업계획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미국 대선 결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 가능성 등이 동시에 부상해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며 경영 전략 수정에 분주하다. 경기 위축 부담에 더해 높은 환율 변동성, 무역 재편 등 리스크는 가시화되고 있고, 사업 관련 정책과 규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도 가늠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의 위험이 일상화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이 정치·사회·법적 환경을 포함하는 비시장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산업 분야의 리딩 기업과 일하면서 체감하는 것은 시장 영역 외부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기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시장 전략 경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非시장전략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이윤 극대화가 곧 사회적 기여’라는 논리가 통용되던 시대는 지났다. 다변화된 이해관계자들과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이런 접근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시장 전략 외에도 정책과 규제, 비즈니스 관련 이해관계자 등 비시장 환경을 관리하는 비시장 전략 경영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콜린 메이어 전 옥스퍼드대 사이드비즈니스스쿨 학장 등이 제시한 비시장 전략 경영모델 ‘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즈’는 기업이 단순히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국회·시민단체·노동조합 등 비시장 환경 안의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논문에서 제시한 사례 중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A사와 B사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비시장 전략 도입이 비즈니스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글로벌 대표 공유 경제 기업인 A사는 한국 시장 진출 당시 비시장 환경을 소홀히 한 채 소비자 파워에만 의존하다가 사업 철수라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각종 소송이 잇따랐고 국회에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이 비우호적으로 통과되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잃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에 진출한 다른 공유 경제 업체인 B사는 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즈를 통해 정부·지방자치단체·사업자 등과 사전에 긴밀히 소통해 잠재 이슈를 예방하고,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하며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업계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 시점에 비시장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접근해 가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비시장 전략 경영의 실행 방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경제포럼(WEF)도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 시장만 바라보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첫째, 비시장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를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의 예측 가능성이 낮은 때일수록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 내 시장 전략을 주도하는 마케팅 부서뿐만 아니라 대외협력 및 법률 부서 등과 더욱 높은 수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삼중안전망을 구축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완하는 동시에 비시장 리스크를 줄이고, 비시장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변화의 시기는 늘 기회의 문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잃지 않아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예방적 접근법을 병행해야 한다. 사회적 쟁점이 되기 전에 경감 활동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쟁점이 기업 책임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정보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예방접종 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국회 등 정책집단뿐만 아니라 전문가그룹,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정책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는 비시장 전략 경영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사회·법적 변수가 기업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지금, 경영자는 포괄적 시야를 제공하는 비시장 전략 경영 모델인 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즈를 통해 제3의 눈을 갖출 수 있다.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에 위험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비시장 전략 경영을 체계적으로 실행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