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체스 실력은 > CES2025에 마련된 홍콩 로봇업체 센스로봇 전시부스에서 관람객이 로봇과 체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AI 체스 실력은 > CES2025에 마련된 홍콩 로봇업체 센스로봇 전시부스에서 관람객이 로봇과 체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슬픈 일 있었어? 기분 풀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님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로봇이 바로 알아차린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쏟아내더니, “기분 전환하라”며 ‘케이크 맛집’ 리스트를 화면에 띄웠다.

만화 속 얘기가 아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일본 스타트업 믹시가 내놓은 인공지능(AI) 대화 로봇 ‘로미’는 사려 깊고 따뜻한 친구처럼 행동했다. 올해 CES에선 로미처럼 사회적 고립과 정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AI 친구가 여럿 나왔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불안 장애 가능성을 감지해 치료를 권하거나, 친구 및 연인처럼 감정을 나누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외로움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우울증 등 각종 질병과 범죄 해결에 AI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강아지 로봇’과 대화로 우울증 막아

< 내 말 알아듣는 AI 댕댕이 > 어린이와 치매 노인의 말을 알아들으며 실제 동물처럼 행동하는 반려동물 로봇 ‘제니’. /뉴스1
< 내 말 알아듣는 AI 댕댕이 > 어린이와 치매 노인의 말을 알아들으며 실제 동물처럼 행동하는 반려동물 로봇 ‘제니’. /뉴스1
미국 스타트업 톰봇은 치매 환자를 AI로 간병하는 돌봄로봇 ‘제니’를 공개했다. 골든리트리버를 꼭 닮은 이 로봇이 애완견과 다른 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키는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 아니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도 갖다준다. 주인이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에게 알람을 보낸다.

중국 엘리펀트로보틱스가 공개한 ‘AI 바이오닉 로보텍’은 주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반려로봇이다. 주인이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와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판다 등 여러 동물 중 선택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AI 챗봇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AI 챗봇 ‘퓨처유’를 활용하면 미래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사용자가 과거의 경험과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으로의 목표 등을 입력하면 이를 토대로 예상한 사용자의 미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미국 스타트업 메니페스트는 진로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에 맞는 해결책을 주는 앱을 선보였다. ‘AI 상담사’인 셈이다. AI로 학습한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고민을 듣고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 치료나 휴식을 제안하는 식으로 해법도 내놓는다.

미국 기업 피크마인드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AI 솔루션을 내놨다. 직원들의 고민과 힘들어하는 포인트를 분석한 뒤 그에 맞는 해결책을 인사 담당자에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정신질환 예상되면 AI가 경고

AI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미리 파악해 예방책을 내놓거나 치료를 돕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국내 스타트업 마인즈AI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을 사람 침에서 추출해 우울증 여부를 판별하는 AI 솔루션을 공개했다.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자살 가능성을 낮추고 우울증을 치유하는 치유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클릭테라퓨틱스가 협업해 내놓은 리조인은 AI를 통해 정신 상태를 분석한다. 리조인 앱을 통해 얼굴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 가능성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도 제안한다. 이 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았다. 국내 기업 3R이노베이션은 사용자의 행동 방식과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정신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솔루션 ‘닥터심슨’을 내놨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도 AI로 예방·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미국 엔트로픽은 AI로 ADHD를 치료하는 솔루션 ‘클로드’를 공개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ADHD 환자를 위해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해주기도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면 알람이 울리는 기능 등이 적용됐다.

라스베이거스=원종환/김채연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