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2년부터 이어져 온 역대급 투자 빙하기에 따른 바이오 기업 가치 하락, 1세대 창업자 은퇴 시기 등이 맞물려 지금이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할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자본시장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 두산, 하림, 동국제강, 동원그룹, 카카오 등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전략적 투자, M&A, 합작법인(JV)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포스코기술투자를 통해 국내 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하고,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한 OCI는 지난해 한미약품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M&A 및 투자 대상을 꾸준히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에서 바이오 M&A 관심이 높아진 것은 제과업체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다. 오리온은 작년 초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선두 기업 리가켐바이오를 5500억원에 사들였다. 리가켐바이오는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냈고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신약 기술수출을 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그 결과 올초 1조5000원에 불과하던 리가켐바이오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4조4408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M&A 거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제약·바이오 M&A 거래 규모는 1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늘었다. 거래 건수로는 203건으로 같은 기간 9%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M&A 시장도 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1세대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인 데다 바이오 투자심리 등이 얼어붙어 바이오 기업의 매물 가격이 역대급으로 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테크 기업의 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대기업의 M&A 수요가 늘고 있다”며 “헬스케어, 로봇 의료,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