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국비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교육청 재정이 여유 있는 상황에서 국비를 투입하는 것은 재정 낭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주무 부처인 교육부 건의에 따라 최 권한대행이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202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비용 중 47.5%를 국비로 부담하고, 나머지 시·도교육청(47.5%)과 지방자치단체(5%)가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 소요 예산 중 47.5%에 대한 국비 부담은 당초 작년 말 일몰될 예정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확정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교육청은 일몰 연장을 요구했고, 야당 주도로 지난달 31일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엔 당분간 올해 편성된 목적예비비가 투입된다. 올해 무상교육 예산엔 작년도 정산분 52억6700만원만 편성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1조6000억원으로 편성된 목적예비비 중 1조2200억원을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신규 배정되기 전까지는 재해·재난에 투입되는 목적예비비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올해 국비 분담금은 9447억원이다.

당초 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가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에 나눠준다. 2020년 57조5011억원에서 지난해 72조838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534만6000명에서 513만2000명으로 20만 명 이상 감소했다. 학생 수가 줄고 있는데도 교육 예산은 계속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