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전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전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3시간 만에 귀가했다. 당초 긴급체포 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경찰은 박 전 처장을 귀가 조치했다.

10일 오후 11시 1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나온 박 전 처장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려고 노력했고,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말한 뒤 주차된 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박 전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5분쯤 경찰청에 출석해 취재진 앞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처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최 대행은 이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출석 당시엔 현직, 퇴청시 전직 등이 됐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박 전 처장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경호처에 어떤 지시를 했는지’ ‘영장을 수용하지 않는 배경이 무엇인지’ ‘일반병사를 동원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도 있는지도 물었다.

일각에선 경찰이 박 전 처장에 대한 조사가 끝난 직후 긴급체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사를 받던 도중 박 전 처장이 사표를 냈고 이를 대통령실에서 빠르게 수리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만약 경찰이 현직의 박 전 처장을 조사 후 풀어줄 경우 관저로 복귀한 박 전 처장이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할 우려가 높았다. 그래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경찰은 박 전 처장을 긴급체포해 이를 막으려 했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박 전 처장이 갑자기 자연인이 되면서, 조사 후 집으로 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사직 수리’란 수를 둔 윤 대통령 측이 경찰의 예상을 틀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경찰은 박 처장에 대해 추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박 전 처장은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 끝에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변호사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당초 경찰은 박 전 처장이 세 차례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