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다. 대형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건수가 1년 만에 5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순증 건수는 지난해 37만7432건으로 전년 80만896건보다 53%가 줄었다.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한 순증 건수는 2020년 11만1300건에 그친 이후 매년 늘어왔던 것과 대비된다. 빠르면 지난해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던 알뜰폰 가입자 수도 지난해 10월 기준 949만9734명에 머물렀다.

알뜰폰으로 통신 요금제를 갈아탄 이들의 순증 규모가 줄어든 데엔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월 3만원대 이용 가능한 5세대 이동통신(5G)를 잇따라 내놨다. 이와 연계한 로밍 요금제 혜택을 강화하고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통신 3사는 5G 요금제보다 비싼 LTE 요금제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 2일 KT가 LTE 요금제 46종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한 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다음 달 일부 LTE 요금제의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통신업계에선 올해에도 알뜰폰 시장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 3사와 대기업 계열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은 60%로 제한될 예정이다. 이미 이들 대형 업체의 점유율이 52%에 달해 다른 대기업으로선 알뜰폰 시장 진출 유인이 줄어들게 됐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예정이었던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연기한 상황이다.

오는 3월 30일부터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를 거치지 않고 도매대가 협상을 통신 3사와 직접 해야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간 면제됐던 전파사용료도 올해엔 사용료의 20%를, 내년엔 50%, 2027년엔 전부를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6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통신 3사의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면 알뜰폰의 매력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