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트럼프 귀환과 한반도의 미래
트럼피즘을 등에 업고 더욱 강력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귀환한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연출할 ‘신세계’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압도적인 힘과 능력을 토대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확립했고,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초강대국 지위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다수 민주주의 국가는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 체제의 수혜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리에게 낯선 미국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 패권이 약화하는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 시기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저소득·저학력·백인 남성 등 블루칼라 노동자의 표심을 자극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법 리스크와 총격 사건 등 생사를 넘나들며 정치적 역경을 극복한 트럼프는 ‘힐빌리의 노래’에 거침없이 응답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선서와 동시에 이민 장벽을 높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며, 해외 군사 개입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MAGA 공약을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경제 및 외교·안보 등 주요 부처 고위직이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진 만큼 트럼프 1기의 발목을 잡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는 강제 해고 및 자발적 태세 전환 과정을 거쳐 MAGA 이행을 위한 충직한 셰르파로 거듭날 것이다. 여기에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는 슈퍼 정부의 무적 대통령이다. 무적 트럼프가 귀환하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유효기한은 소멸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안 제주공항 참사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햐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평균 1.8%에서 1.7%로 조정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여기에 트럼프 신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 주요 수입 상대국 제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할 경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증가세도 낙관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할 국방부 정책차관에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명했다. 콜비 지명자는 대만해협 위기 발생 시 중국 위협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온 대표적 대중국 강경파다. 특히 그가 확장 억제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맹의 우호적 핵무장을 주장한 만큼 트럼프 신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 뒤집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유연성’과 ‘우호적 핵무장’은 중국 및 러시아를 자극해 동맹의 연루 위험이 심화할 수 있다. 트럼프 귀환을 계기로 한국이 퍼펙트스톰에 갇힌 형국이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리더십 교체 등 대내외 도전은 위기이자 기회다.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민주적 복원력, 성숙한 시민의식 등 사회적 자본 축적과 확산이 시급하다. 트럼프 측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서두르는 배경엔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통해 미국의 통합 억제 능력과 동맹·유사 입장국의 여력을 대중국 봉쇄에 결집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미국으로선 수익자 비용 부담 원칙 등 ‘거래주의적 관계’가 아니라 동맹국을 결속할 수 있는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트럼프 신행정부에 끌려가기보다 동맹 현안에 대한 선제적 아젠다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를 열고 러시아와의 동맹 발전에 기여한 인사를 내각 총리와 정치국 위원에 전면 배치하며 트럼프 귀환에 대비하고 있다. 그간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법당국의 수사와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에 관해선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되 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다수 장병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