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쿠데타 정권 폭주, 금값 더 오르나 [원자재 포커스]
아프리카 말리 군사정권이 최근 글로벌 2위 금광 기업 바릭골드(Barrick Gold)의 마크 브리스토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지난주엔 광산에서 생산된 금 3톤(t)을 빼앗아 압류했다. 2억4500만달러(약 356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바릭골드는 광산 운영을 중단시켰다. 말리 정권은 작년 9월엔 바릭골드 직원 4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말리 정권은 작년 11월엔 세금 문제 논의를 위해 수도 바마코를 방문한 호주 광산기업 레졸루트(Resolute)의 테런스 홀로한 CEO 등 임원 3명을 돌연 구속했다. 기업인들은 말리 정권에 8000만달러를 지불하고 향후 8000만달러를 더 주기로 하고 풀려났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이남)의 이른바 '쿠데타 벨트'에 속한 군사정권들이 서방 광산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빙자한 납치와 약탈 등의 행태를 나타내며 폭주하고 있다. 금과 우라늄 등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광물 가격의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동안 부진했던 금값은 최근 다시 올라 지난 15일 오전 런던금시장연합회(LBMA) 가격 기준으로 트로이온스당 2686달러까지 오르면서 한달여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GoldPric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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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의 군사 정부는 몇 년 사이 금값이 급등하자 일제히 광산 기업을 상대로 채굴 인허가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 채굴에 따른 이익이 많아진 데 따라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2020년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말리의 아시미 고이타 정권은 자국 최대 금광인 루로-고운코토(Loulo-Gounkoto) 광산의 수익 확대를 위해 바릭골드를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금광에 대한 말리 정부와 바릭골드의 지분율은 20대 80이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군사정권들은 사람을 납치하는 등 무력을 동원하거나 세금을 요구하고, 자의적인 법원의 판결을 내세워 광산 기업을 약탈하고 있다. 말리 경제부는 바릭골드가 운영하는 두 광산이 정부에 총 55억 달러의 빚을 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릭골드 CEO에 대한 체포 영장 역시 자금세탁 혐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말리 군사정권)은 협상을 강요하고 체포 위협을 가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말리 군사정권 등이 폭주하는 것은 미군과 프랑스군이 이들 지역에서 떠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자리를 차지한 바그너 그룹 등 러시아 용병단의 세력도 약해지자 이들 지역은 무법천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들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리튬 생산자이자 글로벌 3위 리튬기업인 간펑 리튬은 지난달 말리 남부에 광산을 개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군부 지도자 아시미 고이타는 중국을 '전략적이고 성실한 파트너'라고 묘사했다.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작년 4월 수도 니아메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군은 결국 철수했고 니제르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 사진=EPA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작년 4월 수도 니아메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군은 결국 철수했고 니제르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 사진=EPA
말리 뿐만 아니라 사헬지역 인접국 군사 정권들은 너도 나도 서방 광산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부르키나파소는 작년 10월 일부 외국 기업의 채굴 허가를 철회했다. 부르키나파소 군부의 수장 이브라힘 트라오레는 "우리도 금 채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다국적 기업이 채굴하도록 내버려 두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전 정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했다.

2023년 대통령 경호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한 니제르는 지난달 프랑스 국영 원전기업 오라노(ORANO)의 소마이르 우라늄 광산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6월엔 니제르 최대 우라늄 광산인 북부 이무라렌 광산에 대한 오라노 채굴 인허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니제르가 오레노를 몰아니낸 것은 프랑스가 쿠데타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다는 군부 지도자 오마르 치아니 장군의 불만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