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김밥용 김 등의 원료가 되는 물김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산지 위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김 생산량 급증에도 가공량은 그대로여서 물김을 1차 가공한 마른김 도매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값이 금값’ 지적에 양식 확대
19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1~15일 전국 수산업협동조합의 물김 위판 가격은 ㎏당 874원으로 전년 동기(1604원) 대비 45% 떨어졌다. 전체 위판 금액은 6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0억원 넘게 줄었다. 11∼15일 기준 ㎏당 물김 위판 가격은 635원에 그쳤다.
물김 위판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생산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책당(40m) 물김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전국 수협의 물김 위판 중량도 지난 1∼15일 7만9336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전창우 전남도 친환경수산과장은 “연말부터 이달까지 김 최적 생장 수온이 유지돼 생산량이 20% 넘게 늘었다”고 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김값이 금값’이라는 지적에 물김 양식 면적을 대폭 늘린 것도 ‘생산 과잉’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수부는 작년 하반기 ‘김 수급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축구장 3800개에 해당하는 신규 물김 양식장 2700㏊의 개발을 허가했다.
물김 가공업체들의 가공 능력은 그대로인데 물김 생산량만 큰 폭으로 증가하자 경매에서 유찰돼 바다에 버려지는 물량도 늘고 있다.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물김 최대 산지인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되는 물김이 전체 위판량의 10%에 가깝다. 지난해 전국 물김 위판액 1위를 차지한 진도 수협에서는 지난 1~17일 폐기량이 1010t으로 위판량(1만2564t)의 8%에 달했다.
고흥과 해남에서도 올 들어 각각 물김 49t과 167t이 폐기됐다. 수협 관계자는 “물김은 생물이라 그날그날 판매해야 한다”며 “가공 공장은 적은데 물김 생산이 어마어마하게 늘다 보니 어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폐기하는 물량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의 한 물김 양식업자도 “작년에는 1월에 물김이 귀해 한 망(120㎏)에 20만원대까지 갔는데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쳐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며 “진도에서만 하루에 배 다섯 척 규모의 물김을 바다에 버린다”고 했다.
“하루 배 다섯 척 물김 버려져”
물김 산지 가격 하락에도 마른김 도매가격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햇김이 생산되기 시작하는 작년 10월부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해수부 전망도 빗나갔다. 마른김의 이달 도매가격은 속(1속은 100장)당 1만2023원으로 지난달(1만1774원)보다 2.1% 올랐다. 작년 1월 가격(6649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마른김 도매가격은 작년 8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마른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동네 분식집 단골 메뉴인 김밥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3500원으로, 연초(3323원) 대비 5% 넘게 상승했다.
물김 양식 어가에서는 물김이 제값을 받지 못해 폐기 처분되는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마른김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것을 두고 김 가공업체들이 지나치게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