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 써봤더니"…한화 K9, 베트남 수출 계약 '눈앞'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베트남에 K9 자주포 20~30문 가량을 수출하는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이 성사되면 한국 방산업계 최초로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에 무기를 팔게 된다. 올해는 중동에 수출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많았는데, 이에 앞서 동남아 국가에서도 기회가 생긴 것이다.

○K방산, 베트남에 첫 수출 전망

20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정부는 베트남 정부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조만간 체결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 등 세부 조건에 관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물량이 K9 자주포 20~30문, 금액은 3억달러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1문당 약 140억~2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베트남이 한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엔 퇴역한 초계함을 무상으로 공급받은 적은 있지만, 무기를 산 적은 없다. 베트남 국방부는 2023년 2월 한국군 제7기동군단을 찾아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브리핑을 들으며 처음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엔 베트남 장병이 K9 자주포 조종·사격·정비 교육을 받으며 수출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베트남이 K9을 도입하려는 건 중국과의 무력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과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 12대를 1조원에 상반기 내 계약하려는 것도 이때문이다. 남중국해 일대엔 해군과 공군이 주로 투입되지만,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이 맞닿은 터라 육군 전력도 현대화해야 ‘전쟁 억지력’이 높아진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이 인도·태평양 라인을 거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베트남에 협력을 강화하자고 손을 내미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인도 호주 일본 등과 함께 구성한 비공식 협의체인 ‘4자 안보대화(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 한 국가가 군비를 증강하면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베트남에 이어 동남아 다른 국가에서도 K9 자주포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K9, 다음 무대는 중동

계약이 이뤄지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K9 자주포를 쓰는 11번째 ‘K9 클럽’ 국가가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에 K9 자주포를 수출했다. 각 군은 운용 중인 무기를 토대로 병력 체계와 작전 계획을 짜는 만큼 한 번 K9을 도입한 국가는 추가로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K9 100문을 도입한 인도가 최근 100문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손을 내민 게 대표적이다. K9 자주포는 누적 1300문 가량 계약돼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55㎜ 탄약을 지속적으로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한국 방산업계는 공산국가나 군부 정권엔 무기를 팔지 않았지만, 베트남을 필두로 수출처를 넓힐 수 있게 됐다. K9 자주포에 지난해 9월부터 STX엔진이 생산한 국산 엔진이 장착된 점도 수출국을 다변화하게 된 요인이다. 이전엔 독일 MTU가 생산한 엔진이 장착됐기에 독일 정부가 허가해야 K9 자주포를 수출할 수 있었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최종 단계에서 무산된 것도 독일의 대(對)중동 무기 수출금지 원칙에 따라서다.

‘엔진 족쇄’에서 벗어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노리는 다음 무대는 중동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계약한 이집트 수출용 K9 자주포에 국산 엔진을 장착해 올해부터 양산에 나선다. 이집트를 필두로 중동 여러 국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K9 자주포를 수입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K방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올해 방산 수주는 중동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이현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