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개관한 대지의 미술관.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가 설치됐다(사진 왼쪽). 신안의 어선 구입 임대 사업으로 어선을 마련한 주민이 배를 출항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지난해 11월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개관한 대지의 미술관.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가 설치됐다(사진 왼쪽). 신안의 어선 구입 임대 사업으로 어선을 마련한 주민이 배를 출항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이 2년 연속 인구를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우려되는 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인구 증가세를 기록했다.

○ 인구 유출 막는 햇빛연금·어선 임대

전남 신안 '태양광 연금'으로 지방소멸 막는다
20일 신안군에 따르면 신안 인구는 지난달 기준 3만8173명으로 전년 대비 136명 늘었다. 2023년에도 179명 증가했다. 전국 소멸 고위험 지역 56곳 중 한 곳인 신안군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창의적인 인구 유입·유출 방지 정책으로 인구 증가에 성공했다.

햇빛연금·햇빛아동수당 지급이 대표적이다. 신안군은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정책을 마련해 2021년 4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에게 발전 이익을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달 비금도 신재생에너지 주민·군 협동조합이 신안 지역에서 여섯 번째로 햇빛연금을 지급하면서 연간 최대 560만원의 햇빛연금을 받는 주민은 신안 군민 전체의 44%에 이른다. 2023년 신안 지역 만 18세 미만 주민에게 연간 40만원을 주는 햇빛아동수당도 도입했다.

만 60세 미만의 어업인에게 허가 어선을 구입해 임대하는 어선 임대사업도 매년 귀어 인구를 늘려가며 인구 유입과 유출 방지에 한몫하고 있다. 신안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2억원을 들여 어선을 구입한 뒤 49명에게 어선을 임대했다. 배를 임차한 선주들은 6년간 총 77억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임차인이 원하는 어선을 신안군이 구매해 3년 차까지 매달 선박값(평균 3억5000만원)의 0.1%만 임대료로 받고, 4년 차부터는 5년 동안 원금과 임대료를 수령한다. 선주가 원금을 전액 상환하면 허가 어선의 소유권을 어업인에게 이전해 주는 방식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올해 50억원의 어선 구입 예산을 편성했는데 50명(45건)이나 어선 임대를 신청했다”며 “신안에 거주하면서 소득을 올리려는 귀어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 주민 소득 늘리는 문화관광사업

전체 면적이 섬으로 이뤄진 신안은 배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신안군은 오히려 이런 섬을 세계적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 1섬 1뮤지엄, 1섬 1정원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섬에 설치하는 등 섬마다 특색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도입해 주민 소득을 늘리면서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주민들의 자부심도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도초도에 준공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는 세계적 예술가가 신안에 예술섬을 조성한 첫 번째 작품이 됐다. 47억원을 들여 6년에 걸쳐 제작한 이 작품은 자연의 흐름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신안의 관광산업을 견인할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잇달아 공개할 예정이다. 해상 문화시설(앤서니 곰리, 비금도), 인피니또 뮤지엄(박은선·마리오 보타, 자은도), 플로팅 뮤지엄(야냐기 유키노리, 안좌도) 등이 2026년 선보인다. 신안군은 총 27개 섬에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17곳이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신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