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이 실손보험 보장 항목의 가격을 올리고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내리는 행위를 보험사에 대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메리츠화재가 지난달 24일 안과 의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메리츠화재보험 가입자 83명에게 백내장 수술 및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했다. 수술받은 피보험자는 메리츠화재에 총 3억3135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금융감독원이 2016년 1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자 A씨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을 100만~16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낮추고, 수술 검사비는 40만~45만원에서 약 120만원으로 올렸다. A씨가 비급여 항목 가격을 조정해 실손보험금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는 “A씨가 백내장 검사비를 허위로 기재해 실손보험금을 지급받게 했다”며 “인공수정체 비용은 공급가보다 낮게 받는 대신 보험금 지급 대상인 검사비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보험사에 대한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2억2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급여 항목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정할 수 있다”며 “내원한 환자 모두에게 진료비가 일관되게 적용된 만큼 이를 허위 청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