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벽으로 에워싼 헌재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한 21일 서울 재동 헌재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로 이어진 차벽이 설치됐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헌재 주변에 인력 4000여 명과 버스 100여 대를 배치했다.  /뉴스1
< 차벽으로 에워싼 헌재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한 21일 서울 재동 헌재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로 이어진 차벽이 설치됐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헌재 주변에 인력 4000여 명과 버스 100여 대를 배치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 21일 서울 재동 헌재 주변은 몰려든 지지자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겪은 경찰은 현장 기동대원에게 헬멧·방패 등 신체보호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차량형 펜스와 캡사이신 분사기까지 준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오후 1시께 헌재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부근에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 2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부터 열리는 탄핵심판 변론에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결한 것이다. 경찰은 서울서부지법 난동 당시 ‘소극 대응했다’는 일각의 비판 때문인지 경찰 4000여 명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 태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밝혀라”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외치며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오후 1시11분께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지지자가 헌재 쪽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한 중년 여성이 오후 1시30분께 저지선을 뚫으려다 경찰관을 폭행해 연행되기도 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는 카메라를 켠 채 “진입을 막는 경찰이 내란범이다”라고 자극했지만, 경찰은 꿈쩍하지 않았다.

경찰은 보도 곳곳에 이동형 바리케이드를 몇 겹씩 설치했고, 한쪽엔 높이 4.1m·가로 8.6m 크기의 차량형 펜스까지 세웠다. 현장 경찰들의 복장과 장비도 달라졌다. 검은색 진압복을 입고 헬멧·무릎보호대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상태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폭력사태 조짐이 보이면 사용할 캡사이신 분사기까지 준비했다”며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에는 엄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주 2회꼴로 열리는 탄핵 심판에 계속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동안 북촌 일대는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북촌 거리에 놀러온 외국인들은 집회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지나쳤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주변에 버스 192대로 차벽을 세웠다. 헌재 반경 100m 이내엔 민간인 접근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관광코스가 가로막히면서 길을 잃은 외국인들이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인 아사미 하지모토(36)는 “한국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니 매우 걱정된다”며 “몰려든 경찰과 화내는 시민 등을 보니 싸움이 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김영리/정희원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