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피청구인 자격으로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과 법원의 체포·구속영장 발부 등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어 탄핵심판까지 직접 나서 지지 세력의 폭동을 선동하고 있다며 탄핵심판의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고 맞섰다.

“계엄 해제 방해·체포 지시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 막바지에 국회 측이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말씀만 하겠다”며 발언을 자처했다. 해당 영상엔 계엄 당일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국회)에 진입했는데,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는데도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냐”며 “소추인 측과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를 두고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강한 초 갑(甲)이며, 계엄 해제는 국회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이걸 막았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어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의결을) 빨리하자고 해 국회법에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가 이뤄졌고, 곧바로 저는 군을 철수시켰다”며 “(의결은) 막으려 해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계엄 직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만든 논리라는 주장이 있는데,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았다”며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심판 출석한 尹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 심판 출석한 尹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첫 질문으로 던진 비상입법기구 창설 관련 의혹에는 “계엄 해제 후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는데, 기사 내용도 부정확했다. (그런 메모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장관이 그때 구속 중이어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계엄 당시 선포된 포고령에 대해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집행할 의사는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 등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시한 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尹 파면이 민주주의 회복길”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직후 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일어난 폭동 사태의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으며, 이것이 또 하나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이수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일관되게 사법 시스템을 부정해 왔고, 지지 세력을 애국시민이라고 하며 선동성을 더해가고 있다. 경악할 만한 폭력 행위로 헌정 질서는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법원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대통령 파면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황동진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