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CES에 전시된 스즈키의 자율주행 시스템. /권용주 교수 제공
2025 CES에 전시된 스즈키의 자율주행 시스템. /권용주 교수 제공
1948년 미국의 발명가 랄프 티토가 운전자 개입 없이 일정 속도로 자동차가 주행하는 ‘자동 정속 주행장치’를 개발했다. 개발 동기가 흥미롭다. 동승자였던 랄프는 운전자가 말을 많이 할수록 주의력이 떨어져 속도가 줄고, 말이 없으면 운전에 집중하면서 속도가 다시 오르는 모습이 불편했다. 한 마디로 ‘일정 속도로 가면서 말을 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후 10년의 노력 끝에 1945년 첫 번째 특허를 얻어냈다. 이 때 정속 주행 장치의 이름은 ‘스피도스타트’였다. 1925년 미국 육군이 무선 제어 자동차 아메리카 원더를 개발했지만 자동차 페달에서 발을 떼게 만든 것은 랄프의 시도가 최초다.

하지만 랄프의 정속 주행 장치는 자동차회사의 관심 밖이었다. 인간 운전자의 페달 작동에 어려움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던 중 1958년 크라이슬러가 랄프의 특허를 주목하고 고급차였던 임페리얼에 ‘오토 파일럿’이라는 기능을 넣어 선택 품목으로 제공했다. 시장의 호응이 뒤따르자 곧바로 캐딜락은 동일 기능을 ‘크루즈 컨트롤’로 명명하고 제공했다.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는 자동 정속 주행 장치의 영문명이 ‘오토 파일럿’ 또는 ‘크루즈 컨트롤’이 된 배경이다.

페달 조작에서 발이 자유로워지자 다음은 스티어링 휠의 자동 조정에 시선이 모아졌다. 1977년 일본 쓰쿠바 기계공학연구소는 페달 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의 조작도 자동차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했고, 1986년 독일 벤츠는 자율주행차인 ‘바모스’를 만들어 최장 20㎞를 시속 96㎞로 주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곳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IT기업이다. 특히 2004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자율주행 챌린지 대회는 IT기업들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모하비 사막 횡단이라는 목표는 모두 실패했지만, 우승팀 스탠퍼드 대학팀을 이끌었던 세바스찬 시런이 대회 후 구글X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구글은 스티어링 및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공개하고 상용화를 위한 오랜 시간 싸움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거대 자동차기업도 지능 고도화에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상용화 시점의 불명확성, 그리고 자율주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하자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곳도 속출했다.

그리고 또 10년이 흐른 지난해,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고 이동시켜주는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른바 ‘로보택시’ 등장에 이용자도 호응하면서 유상 이동 사례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흐름에 맞춰 2025 CES는 자율주행 상용화의 낙관적인 미래 전망이 쏟아졌다. 자율주행은 미래가 아닌 이미 다가온 현재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러자 미국내 자율주행차업계는 자율주행의 경쟁이 된 중국을 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율주행 규정 완화라는 점을 파고들었고,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스티어링 휠 및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 심사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을 자율주행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가온 자율주행, 고민하는 한국
반면 한국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시범 운행 대수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운전직을 대체하는 것이어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자율주행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