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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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국가기도회'(A Service of Prayer for the Nation)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불법 이민자와 성소수자에 대해 자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기도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의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자리했다. JD밴스 부통령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등도 함께했다.

종교 초월 행사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에서 워싱턴국립대성당은 "종교와 교파를 초월한 파트너들이 모여 민주주의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앞으로 다가올 해에 신의 인도를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마지막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며 "주님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의 상품을 고르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해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이고,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면서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도회는 1933년 시작된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도회에 참석함으로써 공식 취임 행사를 마무리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