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6100 찍은 날…세계 최대 국부펀드 "기술주 팔아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 증시는 22일 한 달 여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까지 내달았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 굉장한 분기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가 상승세를 주도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효과로 오라클, 엔비디아 등 관련 AI 주식이 동반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트럼프가 캐나다, 멕시코와 중국, 유럽연합(EU)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언했지만, 투자자들은 '협상 도구'라는 시각을 아직은 유지했습니다. 스펙트럼웰스의 레슬리 톰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실적과 함께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발표로 기술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새 행정부의 첫 100일이 시작되면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작동하는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펜타닐을 보내는 중국에 2월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EU가 우리를 나쁘게 대하고 있다. 관세를 매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2월 1일까지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었죠.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취한 유일한 실질적 조치는 4월 1일까지 다른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검토하라는 '미국 우선 무역정책'이란 이름의 행정명령밖에 없습니다. 이는 4월 1일까지 약 10주 동안은 당장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이용해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USMCA) 재협상을 시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관세 위협에 중국의 주가는 1~2%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아침까지는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달러는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JP모건은 "시장이 관세 위협을 장기 정책이라기보다는 협상 도구로 보고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고요. 도이치뱅크도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관세를 '거래 도구'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쉽다"라고 적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를 때릴 확률은 70%로 낮췄고, 보편 관세를 부과할 확률은 25%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매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전략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 상황은 관세를 어떻게 사용하고 언제 시행할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의견 불일치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즉 관세를 직접적 이익(무역 적자 & 재정 적자 축소)을 위해 쓰기보다 국가 안보와 무역 구조 개편 등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데 쓰기를 바라는 사람들(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면 트럼프의 협상력이 감소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협상가로서 효과적이려면 항상 '위협 상태'에 있어야 한다"라는 겁니다. 투자자들이 관세 관련, 일종의 ‘불안한 안도감’을 가진 가운데 넷플릭스(+9.7%)는 아침부터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직후 15%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역대 최대 분기 구독자 증가(예상의 두 배가 넘는 4분기 1900만 명 증가) ▲강력한 실적(매출 +16% 증가, 주당순이익 4.27달러, 15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구독료 인상 및 실적 가이던스 상향(2025년 매출을 월가 추정 436억5000만 달러를 넘는 435~445억 달러로 제시) 등 세 가지입니다.
월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였는데요. 웰스파고는 797달러→121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00달러→1175달러, 제프리스는 1000달러→1200달러, 골드만삭스는 850달러→950달러로 올렸습니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1000달러→1150달러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① 2025, 2026년 건강한 두 자릿수 매출 성장 ② 콘텐츠, 광고, 게임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나타나는 지속적 영업 이익 확대 ③ 증가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인한 자사주 매입 증가 ④ 강력한 스트리밍 리더십 위치 ⑤ 3억 명이 넘는 구독자 기반 확대로 글로벌 TV로 등극할 잠재력 등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넷플릭스만 좋은 게 아닙니다. 금융사들이 모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요. 어제오늘 실적을 내놓은 ▲ 유나이티드항공(EPS 3.26달러> 예상 3.05달러) ▲존슨앤드존슨(2.04달러>1.99달러) ▲트래블러스(9.15달러>6.59달러) ▲P&G(1.88달러>1.86달러) 등도 월가 추정을 상회했습니다. 여기에 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로 일본 증시에서 소프트뱅크가 10.97% 치솟았고, 미국 증시에서도 오라클(6.8%)이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4.4%) ARM홀딩스(16%) 등 AI 테마주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딥워터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AI 강세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엔비디아)는 우리가 여전히 AI 인프라 구축과 잠재력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최신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금리 안정세도 시장을 뒷받침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오전 10시께까지는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채 20년물 경매(130억 달러)를 앞두고 강보합세로 전환했습니다. 경매 결과는 좋게 나타났습니다. 발행 금리는 4.90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911%보다 1.1bp 낮게 결정됐습니다.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 금리보다 낮게 발행된 것입니다. 응찰률이 2.75배(최근 6회 평균 2.53배)로 굉장히 좋았고요.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69.5%에 달했습니다. 결국, 오후 3시 5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7bp 오른 4.601%, 2년물은 1.2bp 상승한 4.293%에 거래됐습니다.
노동통계국에서 4분기 신규 세입자 임대료 지수(New Tenant Rent Index)를 발표했는데요. 3.2%로 작년 3분기 3.9%나 전년 동기의 5.5%보다 둔화했습니다. 이는 2017~2019년 사이 3.1%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신규 세입자 임대료 지수는 소비자물가(CPI)에서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속도보다는 그 방향을 예측하는 데 더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4~0.8% 상승하면서 출발했고요. 오름세를 가속해서 정오께 S&P500 지수는 6100.81로 기존 기록인 6099를 넘어섰습니다. 다만 6100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면서 소폭 후퇴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61%(6086.37)로 마감했고 나스닥은 1.28% 뛰었습니다. 다우는 0.30% 오르는 데 그쳤고, 러셀2000 지수는 0.61%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에버코어ISI의 리치 로스 기술적 분석 헤드는 '계속 매수하라'(Keep Buying)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주가는 1분기에 6400을 향해 나아갈 위치에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보고서를 그대로 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주식은 1분기 6400(연말 목표: 7200)을 향해 나아갈 뛰어난 위치에 있다. 금리, 달러, 원유의 정점이 산업재, 소형주, 유틸리티, REIT(부동산투자신탁) 업종 전반에 걸쳐 강세 확장을 촉발할 것이다. 금융, 기술, 통신 업종은 호실적, 가파른 채권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 축소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들이 더해진 결과가 S&P지수를 새로운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를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10년물 국채 금리=금리는 (5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4.46%~(100일 이평선이 지나는) 4.17%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2023년에 5% 고점을 찍은 이후 가장 과매수 된 수준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달러=달러인덱스(DXY)는 107/105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논리에 따라 초기 움직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상황과 유사하다. ▲원유=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 저항선 돌파에 실패한 뒤 70달러로 다시 하락할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 80달러에서 65달러로 급락한 이후 가장 과매수 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실제 최근 금리, 달러, 유가가 정점을 찍고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입니다.
▶장기 금리=에드워드존스는 "강력한 경제 성장, 울퉁불퉁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 정책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미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더 인하할 긴급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의미 있게 축소했다. 그러나 채권 매도세는 단기에 너무 심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에서 Fed 완화 기대가 후퇴한 게 영향을 미쳤는데요. 골드만삭스는 "통화 정책 전망에서 두 가지를 확신한다"라며 ① 1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 ② 가까운 시일 내에 의미 있는 금리 인상 위험은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속적 디스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정당화될 수 있지만 실물 경제의 강점을 감안하면 필수적이지는 않다. 그런데도 시장 가격은 너무 매파적이며, 우리는 올해 6월과 12월 두 번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금리가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아 수익률은 약간 하락했지만,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잠재적 관세가 있든 없든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끈적끈적하고 노동 시장은 안정되어 Fed가 다음 몇 차례 회의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달러=지난 9월 말 이후 상당히 크게 올랐죠. ICE 달러인덱스는 3개월 반 만에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는 강한 경제로 인해 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면서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 데 따른 것입니다. 또 트럼프의 관세 위협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달러 수요를 촉진했지요. 그러나 트럼프 관세의 지연, 그리고 금리 하락으로 인해 이번 주 달러 상승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옥타트레이더는 "달러 랠리가 피로의 조짐을 보인다. 또 추가 상승에 대한 촉매제가 부족하다. 시장이 이미 무역정책과 관련된 부정적 시나리오를 과도하게 반영해서 달러가 단기적으로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관세에 대한 덜 부정적 시나리오를 고려하기 시작했고, 고전적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투자자로 인해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MUFG는 "트럼프의 초기 움직임이 시장 예상(선제적이고 광범위한 관세 인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달러의 강세를 훼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외 지역의 성장이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점진적이거나 덜 광범위한 관세도 궁극적으로 달러에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달러 하락이 얼마나 지속할지 여전히 의심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유가=월가 금융사 대부분 배럴당 70달러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NG는 "유가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와 북반구 추운 날씨로 인해 올해 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원유 시장은 여전히 하루 50만 배럴의 공급 초과가 있으므로 가격 상한은 유지될 것이다. 러시아 공급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예상보다 더 잘 뒷받침될 가능성이 크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평균 74달러로 작년 평균 80달러에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급등한 유가가 단기적으로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면서도 올해 유가 전망치를 평균 76달러로 유지했습니다. 오늘 주요 지수는 급등했지만, 사실 시장 내부의 폭은 넓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와 AI 주식만 올랐고요. 다른 주식들은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어제까지는 전체 주식의 68% 이상이 오르는 폭넓은 시장이 5거래일 이상 이어져 왔는데요. 정반대였죠.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0.61%나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펀드스트렛의 마크 뉴튼 기술적 분석가는 "S&P500 지수가 매그니피선트 7 및 AI 주식 상승세로 인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에 도전했다. 하지만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나 다우 지수, 동등비중 S&P500 지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하다. 주목할만한 것은 지난주 월요일(1월 13일) 시장 저점 이후 주식 상승이 10년물 수익률 하락, 달러 약세 등 두 가지 요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데, 이제 이 두 가지가 내림세에서 벗어나 안정되고 있으며, 2월 변동성지수(VIX) 선물도 상승하고 있다. 소형주 약세 속에 시장의 폭도 좁아졌다. 나는 약간의 조정을 거치기 전에는 지수 상승이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S&P500 주식이 추가 하락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라고 믿는다"라면서도 "증시의 높은 집중도, 높은 밸류에이션, 높은 포지셔닝에 의해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데, 금리에 민감한 소형주가 2021년 최고치 위로 랠리 하지 못한다면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주식에서 '비중 확대'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미국 경제가 좋고, 미국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 월가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월 글로벌펀드매니저 설문조사를 보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답변이 크게 줄었습니다. 통상 그러면 주식 투자를 증가시키는데요. 펀드매니저들은 투자를 늘렸는데, 1월에는 유럽에 대한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국 증시가 비싸기 때문일 수 있는데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자산 가격은 어느 정도 부풀려져 있다. 그 가격을 정당화하려면 상당히 좋은 실적 결과가 필요하고, 우리는 모두 그것을 바라고 있다. 친성장 정책이 그것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관세 정책 등) 부정적 측면도 있고, 그것이 당신을 놀라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증시 상황은 낙관론을 가리키고 있다. 주식 멀티플이 높다는 데 대해 논쟁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1.8조 달러 운용)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니콜라이 탕겐 CEO는 이에 대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역발상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를 매도하고, 중국 주식 보유를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다른 모든 사람과 반대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반대로 한다면, 미국 기술 주식을 팔고, 중국을 사고, 사모 대출을 팔고, 그냥 유행에서 벗어난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