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가 좇았던 것은…성공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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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 그리고 삶
영화 '위대한 개츠비'
옛 연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밤 성대한 공짜파티 열어
끝없이 사랑·성공 탐닉 '허우적'
하지만 '공짜'란 없었다
美뉴욕 광란의 1920년대처럼
치솟았던 증시 거품 꺼지며
결국 '대공황'같은 결말로 끝나
소득 따른 계층이동 지수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보면
美는 여전히 중간 정도 위치
아메리칸 드림 여전히 존재
영화 '위대한 개츠비'
옛 연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밤 성대한 공짜파티 열어
끝없이 사랑·성공 탐닉 '허우적'
하지만 '공짜'란 없었다
美뉴욕 광란의 1920년대처럼
치솟았던 증시 거품 꺼지며
결국 '대공황'같은 결말로 끝나
소득 따른 계층이동 지수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보면
美는 여전히 중간 정도 위치
아메리칸 드림 여전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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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부자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환상과 배신 그리고 타락해버린 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난한 농업노동자의 아들인 개츠비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첫사랑 데이지와 멀어진다. 그녀는 결국 개츠비를 기다리다가 35만달러짜리 진주 목걸이를 선물한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개츠비는 자괴감을 느끼고 종전 이후 종적을 감춘다. 그동안 데이지는 뷰캐넌과 딸을 낳는다. 개츠비는 억만장자 댄 코디의 비서가 된 후 그가 죽자 한 유대인과 사업을 해 큰돈을 만진다. 밀주 제조와 금융 사기 등의 온갖 불법 수단으로 거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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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저 빛처럼 돼야 해. 끝없이 올라가야 하지.”
개츠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멀어져 가는 그 불빛을,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는다. 그 빛이 달아났어도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려서 다시 양팔을 내뻗으면 되는 것이다.
개츠비의 집에서 밀애를 즐기던 데이지는 돌연 힘겨운 표정으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 아니, 되돌릴 수 있어!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겠어! 모든 걸 예전처럼 돌려놓을 거야. 당신과 나 둘이서.” 하지만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에 모든 것을 던졌다가 결국 파멸에 봉착한다. 데이지의 남편 뷰캐넌이 개츠비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돈을 벌었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데이지는 개츠비가 자기와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를 멀리한다. 데이지는 개츠비를 배신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 유한계급의 안락한 삶 속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미 상류 사회에 익숙한 데이지에게 사랑 하나만을 갈구하는 개츠비는 크게 중요한 인물은 아니다.
개츠비가 죽자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토록 많이 몰려오던 파티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데이지도 오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해본다. 개츠비의 사랑은 순수했기에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인가? 혹시 그에게 데이지는 진정한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갈 수 없었던 그 유한계급의 상징인 것은 아닌가? 파멸은 개츠비와 같은 개인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었다. 광란의 1920년대는 결국 대공황으로 막을 내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자가 된 청년 개츠비의 이름을 딴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생각해 보자. 가난했던 개츠비는 남의 여자가 된 여인을 만나려는 욕심에 ‘위로 더 위로’ 올라가려고만 했다. 그는 부자가 됐지만, 말로는 비참했다. 현대 사회에도 많은 사람이 개츠비처럼 부를 이뤄 계층 이동을 꿈꾸나 소득불평등이 고착화돼 계층 상승은 어려워졌다.

현대 사회에서 부자는 생산 측면에서 기술 투자, 생산성 증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부자의 저축 없이는 경제를 확장하게 할 자금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개츠비처럼 가난한 자였다가 부자가 되는 길로 들어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자 역할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가는 더 이상 우리의 적이 아니다. 혁신과 변화만이 유일한 살길인 급박한 상황에서 부를 일군 기업가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다만 개츠비처럼 부정한 수단으로 번 돈으로 파멸에 이르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조원경 UN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