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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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이 항공기 사고와 파업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약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보잉은 23일(현지시간) 예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1분기(8600만달러), 2분기(10억5000만달러), 3분기(57억6000만달러)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인 167억6000만달러를 밑도는 15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잉의 핵심 사업인 상업용 항공기 부문 매출은 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급감하고, 해당 부문 영업손실률은 44%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보잉은 이날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에 약 35억달러의 현금을 소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11억달러는 파업에 따른 작업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로 추정했다. 나머지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등 5개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용이다. 보잉은 오는 28일 최종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잉은 지난해 파업과 항공기 사고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약 7주간의 노동자 파업으로 상업용 항공기 생산이 대부분 중단됐다. 지난해 1월 737 맥스9 여객기의 동체 일부가 비행 중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당국 조사를 받으면서 항공기 납품이 지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7년 전 보잉에 주문한 에어포스 원의 인도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어포스 원의 인도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8일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에어포스원의 제작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보잉의 텍사스주 시설을 방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쟁자인 스페이스X의 불편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보잉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82% 하락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보잉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날아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