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프리미엄차 많이 팔려
작년 4분기 RV 판매 비중 67%
K8 등 하이브리드 모델도 인기
'디자인 혁신'도 판매 확대 한몫
기아가 1944년 창립 이후 80년 만에 ‘매출 10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전자(2009년)와 SK㈜(2018년), 현대자동차(2019년)에 이어 네 번째다. 기아가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연 셈이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11.8%로, 세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한 자동차 업체 반열에 올랐다.
○“돈 되는 차 팔았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 107조4488억원, 영업이익 12조6671억원을 올렸다고 24일 발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2023년보다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9.1% 늘었다. 자동차 판매대수(308만9300대)가 1년 전보다 0.1% 증가한 데 그친 걸 감안하면 비싸고 실속 있는 차를 많이 판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업이익률이다. 2023년(11.6%)보다 더 높은 11.8%를 기록했다. 내연기관 차보다 비싼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8.4%·작년 3분기 누적)는 물론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10.4%)도 눌렀다. 수익성이 좋은 고가 차량만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9.4%)와 BMW(9.0%)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제쳤다.
2017년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하던 기아의 변신을 이끈 건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카)와 RV(레저용 차량)다. 작년 4분기 기준 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67.9%로 2017년(37%)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017년만 해도 거의 팔리지 않았던 하이브리드카(플러그인 포함) 비중은 7년 만에 15.1%로 올라섰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K8 하이브리드 등이 합류하면서 지난해 4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량(10만 대)은 전년 동기보다 31.7% 증가했다. EV3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며 전기차 판매 비중도 21.5%로 높아졌다.
디자인 혁신도 기아의 약진에 한몫했다. 아우디와 벤틀리 등에서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와 루크 동커볼케, 카림 하비브 등 ‘디자인 장인’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기아만의 독창적인 얼굴을 만든 덕분이었다.
디자인과 품질 개선은 수익성 확대로 이어졌다. 할인 판매 필요성이 없어진 데다 딜러 인센티브를 더 줄 이유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아의 4분기 판매관리 비율이 1년 전보다 0.6%포인트 개선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아 관계자는 “북미와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난 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RV와 하이브리드카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과 이익을 다 잡았다”고 설명했다.
○판매·매출 목표 최대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4.1% 증가한 321만6200대로 잡았다. 매출(112조5000억원)은 4.7% 늘리기로 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점을 감안해 올해보다 2.5% 줄어든 12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단 영업이익 감소에도 RV와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을 통해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11%)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곳간이 두둑해진 만큼 주주환원도 늘리기로 했다. 기아는 올해 자사주 7000억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6500원으로 지난해(5600원)보다 16% 늘렸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지난해 매출은 282조6800억원, 영업이익은 26조9067억원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매출은 전년보다 4.3%, 영업이익은 0.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