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감염증(독감) 치료제 시장이 5일 동안 먹는 타미플루에서 병원을 찾아 한 번 맞는 ‘원샷 수액제’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수액제 시장에 뛰어든 데다 주사 치료 수요도 늘어서다. 올겨울 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일부 제약사는 생산라인 추가 가동까지 고려 중이다.

독감 수액제 추가 생산 나선 제약사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독감 수액제제를 공급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내부적으로 추가 생산 논의에 들어갔다. 한 업체 관계자는 “통상 7~8월 생산해 9월에 한 차례 독감 치료제를 출하해 온 것을 고려하면 추가 생산 논의는 이례적”이라며 “올해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번 겨울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쌓인 ‘면역부채’ 탓에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복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으로 매년 상시 유행한 바이러스 등이 몇 년간 크게 번지지 않아 이에 면역력을 보유한 인구가 줄어든 영향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주차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2016년 표본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주차 86.1명, 3주차 57.7명으로 정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유행 기준(8.6명)을 훌쩍 넘었다.
독감 유행에…'원샷 수액제' 생산 늘었다

수액 등 비중 10%→50%로 늘어

과거에는 독감에 걸리면 하루 두 번, 5일간 집에서 복용하는 타미플루로 치료받는 환자가 많았다. 최근엔 병원에서 한 번 맞는 수액제로 치료 유형이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엔 독감 치료제의 10~20%를 수액 등 주사제가 차지했지만 최근엔 그 비중이 50%로 늘었다”며 “100억원이던 독감 수액 시장 규모도 3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고 했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3년 598억원 규모인 독감 치료제 시장에서 수액 등 주사제인 페라미비르 성분 매출은 217억원으로 36.3%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엔 전체 독감 치료제 매출 121억원 중 페라미비르 성분 의약품 매출이 60억원으로 49.7%였다. 주사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유통 현황을 토대로 추정한 수치인 데다 주사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실제 주사제 매출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JW중외는 CMO로 수익 확대

코로나19 이전까지 GC녹십자 ‘페라미플루’가 사실상 독점하던 주사제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2021년 8월 종근당 ‘페라원스프리믹스’를 시작으로 JW중외제약 ‘플루엔페라’, 코오롱제약 ‘코미플루원스’ 등이 잇달아 출시됐다. 올해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자 시장 확대 신호탄이 됐다. 제품마다 차별성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선발 주자 페라미플루는 병원에서 수액에 혼합해 주사한다. 후발 주자들은 이를 개선해 혼합 절차 없이 바로 투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플루엔페라는 수액병 대신 수액백에 담은 제품으로 편의성을 더 높였다. 종근당과 JW중외제약은 영유아도 맞을 수 있게 적응증을 확대했다.

첫 ‘독감 대전’이 펼쳐진 올겨울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선 지난해 3분기까지 페라미플루가 40억원, 페라원스가 1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코오롱제약, 신풍제약 등이 5억원, 1억원대로 뒤를 이었다.

JW중외제약과 제뉴원사이언스 등은 위탁생산(CMO)으로도 시장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형 제약사의 CMO 문의가 잇따르는 등 독감 수액 시장 추가 진출을 논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