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 어려운 '밥 주는 아파트' 어쩌나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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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는 입주한 지 6년 만에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식당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연회장을 개조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식사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급식업체가 운영비를 맞추기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면 음식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내는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실버타운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인구 소멸 지역에만 분양하면 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결국 수요가 많지 않아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선진국처럼 내가 사는 아파트나 주택에서 평생 살다가 죽을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집, 특히 도심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실버타운과 같은 시설을 마련하려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보다는 삼시세끼를 챙겨주고 건강을 돌봐주는 너싱홈 기능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병원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너싱홈 기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삼시세끼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밥 주는 아파트'입니다.

만약 공유주방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내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아파트 내에 공정 매출이 있으므로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여 개의 공유주방에서 나오는 100여 개의 메뉴를 주민들에게 정가의 80% 수준으로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단지 내에서 배달이 이뤄진다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배달받아 드실 수 있습니다. 실버타운처럼 식당에 일일이 내려가지 않아도 내가 사는 집에서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삼시세끼든 간식이든 배달을 시키든 모든 비용은 관리비에서 정산해 입점 업체에 제공하면 됩니다. 공유주방 업체들은 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음식을 배달해 매출을 올릴 수 있으므로 기존 급식 식당 업체에 비해 운영이 훨씬 용이합니다. 즉, 아파트 시설 내에 임대료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주민들에게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고, 주변에서 추가 매출을 올리는 것입니다. 공유주방 옆에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식사하거나 책을 보는 등의 공간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꼭 식당으로만 용도를 제한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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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