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새벽 시간 골목길 이면도로에 누워있던 30대를 깔고 지나가 숨지게 한 택시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 4단독 오지애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0월14일 오전 2시35분쯤 제주시 외도일동 한 골목길 이면도로에서 우회전 중 도로에 누워있던 30대 남성 B씨 상체를 오른쪽 바퀴로 깔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당시 B씨는 이면도로 횡단보도 정지선 부근에서 머리를 도로 중앙 쪽으로 해 누워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택시기사인 만큼 도로 상황을 더욱 잘 살필 주의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증거로 제출된 도로교통공단이 작성한 교통사고 분석서에 따르면 A씨의 당시 시야를 고려할 때 피해자를 발견하고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보다 회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 부장판사는 "블랙박스 영상에 이면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피해자가 누워있는 모습이 확인되지만, 실제 운전자의 시야가 블랙박스 화각보다 낮아 보닛에 가려 볼 수 없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피해자를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운전자의 눈높이와 피해자가 누워 있던 지점까지의 거리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운전석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횡단보도에 시속 8㎞의 저속으로 진입하는 등 피고인이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